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 '알트' 인터뷰

“1978년 24살 때 도로시 데이를 만났어요. 그땐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분과 같이 미사를 하게 되었는데 겉보기엔 허름한 옷을 입고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금방 그분의 신앙이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오랜 동안 신앙 속에서 활동을 해 왔다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분이 1980년에 81살에 돌아가셨는데 아마 지금 만났더라면 질문도 많았을 것 같지만, 가슴 깊이 감사의 마음을 느껴요.” 

인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도로시 데이를 만나 그로부터 36년 동안 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 활동을 하고 있는 알트(60)가 11월 1일 강정을 찾았다. 

▲ 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 활동을 하는 알트.ⓒ오두희
가톨릭일꾼운동은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이 1933년 시작해 80여 년이 넘게 "환대의 집"을 운영하며, 그리스도교 평화주의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작은 공동체다. 현재 세계 200여 곳에서 활동하며, 미국에만 170여 곳의 공동체가 있다. 알트는 현재 5가구가 모여 있는 워싱턴 공동체에서 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알트가 소속된 가톨릭일꾼운동 워싱턴 공동체에서는 월요일에는 봉사자들이 음식을 구걸해 사람들과 나누고, 목요일에는 음식을 직접 준비해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금요일에는 캠페인이나 집회 등에 참여하고 가족, 공동체 구성원들과 피정을 통해 영성의 기운을 채워주고, 기도와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일상 안의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일꾼운동 활동가들은 지난 1년 사이 4차례나 강정을 다녀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국제평화운동가들이 강정을 방문했지만, 이처럼 한 단체의 회원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었다. 

알트는 오는 날부터 매일 오전 11시 해군기지사업장 앞에서 봉헌되는 ‘강정생명평화 미사’에 참석했다. 익숙한 자세로 공사장 정문 앞에 자리잡은 문정현 신부 옆에 앉아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뒤에는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인간띠 잇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끊임없이 참가자들을 끌어내는 경찰 앞에서도 스스럼없는 그의 행동은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100여 차례 경찰에 연행되고, 감옥에 갇혔던 그의 삶에서 비롯됐다. 그는 강정에 있으면서도 2005년부터 시작한 관타나모 감옥 철폐운동의 일환인 매주 금요일 ‘고문당한 자들을 위한 기도와 하루 단식’에 잊지 않고 동참했다. 

알트는 ‘제주의 영혼들’(제작: 리지스 트렘블레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강정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특히 가톨릭 성직자와 평신도가 직접 평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직접 와 보고 싶었다고 강정을 방문한 이유를 말했다.

▲ 알트가 공사장 정문에서 문정현 신부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오두희
“미국 국민들이 향유하고 있는 안락함과 자원은 바로 가난한 나라를 위협하거나 전쟁을 통해 훔쳐 온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점점 아시아쪽으로 옮겨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는 강정 해군기지의 배경에 대해서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남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천문학적 재정으로 핵 무장화를 통해 전쟁과 살상, 굶주린 사람을 발생시키는 상황에 대해서 예수를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NO’ 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끊임없이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강정 신앙공동체를 통해 부활의 힘을 얻는 것 같다” 

알트를 비롯한 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들은 매일 미사를 통한 성찬례적 저항에 무척 고무된 듯 보였다. 그들은 이러한 저항이 결국 군사주의를 몰아낼 수 있는 영적인 힘의 바탕이 된다고 믿었다. 

알트는 강정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상징하는 의미인데, 생명과 죽음을 상징하는 두 가지 행위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면서, “평화와 탐욕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곳에서 3년이 넘도록 매일 미사를 통해 저항하고 있고, 그 저항의 중심은 성찬례다. 이는 가톨릭 평화운동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라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어떤 이는 생명과 평화를 갈구하고, 어떤 이는 이를 막고서 죽음의 기지를 만드는 데 동조한다.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지만, 결국 어떤 편에 설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해군기지를 위한 수많은 물자들은 전쟁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수라도 멈추지 말고 올바른 길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책과 현장의 이야기, 복음 묵상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신앙인이라면 어떻게 예수님의 삶을 내 삶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음과 삶이 따로 분리되어 일상에 순종하면서 살기 때문에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된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사 뒤,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인간띠 잇기를 하는 알트.ⓒ오두희
알트는 소수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역시 매주 미국 국방부 앞에서 2-3명이 캠페인을 벌이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반문한다”고 자신의 체험을 나누면서, “그러나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믿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사랑으로 다가가야 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알트가 그의 삶과 운동을 통해 얻은 유일한 해결책은 ‘사랑’이다. 그는 “우리가 충분히 사랑한다면 끈질기게 나아갈 수 있다”는 도로시 데이의 말을 상기하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초대하고 맞이하며 살아가는 일이 힘들 수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축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더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들은 이와 같은 믿음에 따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이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또 다른 가톨릭일꾼운동 봉사자 10여 명이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정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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