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행 단정" 국적법에 헌법 소원

‘품행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귀화할 수 없게 된 네팔인 라마다와파상(한국명 민수) 씨가 10월 10일 헌법소원을 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국적법 제5조 제3호를 근거로 민수 씨에게 귀화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국적법 제5조는 외국인의 일반귀화 요건으로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 등과 함께 ‘품행이 단정할 것’(제3호)을 규정하고 있다.

네팔, 티베트 음식점 ‘포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민수 씨는 2011년에 명동재개발에 맞서 강제철거를 막다가 벌금 500만 원의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그의 ‘품행이 단정하지 않다’며 귀화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민수 씨는 1997년 입국해 2006년 한국인과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이민(F-6)자격으로 장모와 세 자녀와 함께 한국에 살고 있다. 그는 2013년에 귀화신청을 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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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포함된 ‘민수씨가족의친구들’은 4일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보도자료를 통해 “품행단정은 그 자체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구체화한 하위 규정도 없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한 “귀화요건으로 본국과 한국에서의 범죄경력 중 파렴치범죄나 중범죄를 범한 경우가 아닐 것을 규정하거나 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품행단정이라는 불명확한 요건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하여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민수 씨에게 유죄 판결을 한 1심 판사는 판결문에 “이 사건 범죄는 방어적이어서, 반사회적이거나 파렴치한 것은 아니므로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피고인을 위하여 지적해둔다”고 덧붙인 바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한국인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강제퇴거의 위험에 노출되지도,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 받지도 않는데 외국인에게는 차별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적법 제5조 제3항에 대해) 입법 자체가 너무 오래돼 시대착오적”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령을 잘 규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는 지난 8월 민수 씨가 “추방으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할 수도 있는 처지”라며 법무부에 귀화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민수 씨의 아내 이근혜 씨는 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법무부 결정 뒤) 민수 씨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한국법을 어기지 않고 준수하면서 살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했고,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해 강제퇴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러나 교통사고가 나서 벌금을 내게 됐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게 되니까 불안하게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가만히 있다고 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알리고 환기해야 개선과 보완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헌법소원을 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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