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 "외교와 대화가 해법"

“IS(이슬람국가)는 점령 강국(미영 연합군)의 분리주의 정책이 나은 비극이다.”

언론인 공개 참수 등 극악한 행위로 주목을 끈 이라크, 시리아 지역의 신흥 무장 이슬람운동인 IS(이슬람국가)는 바로 미국이 내세운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생겨났다고 국내의 한 국제평화 활동가가 지적하고 나섰다.

10월 29일 저녁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아카데미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괴물, IS’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국제연대단체 ‘경계를 넘어’의 최재훈 씨는 이라크 내에서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눠진 것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서구의 발상이 오늘의 비극을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 IS 상징.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쓰여 있다.(이미지 출처=commons.wikimedia.org)
최재훈 씨는 9.11 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이 중동과의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 10년의 기록을 담은 ‘전사의 시대-테러와의 전쟁, 그 10년의 기록’을 지난 9월 번역 발간했다. 작가 로버트 피스크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으로, 이 책을 통해 중동 사람들이 겪어온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서구의 거짓말을 고발했다.

최 씨는 “2003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는 실제로 테러리스트가 없었고, 역설적이게도 침공 이후에 테러조직이 마구 생겨났다”고 말했다. IS의 모태로 알려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유일신과 성전’도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최 씨가 IS의 탄생 배경에 미국의 지배정책인 분리주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미국이 시아파 정부를 통해 수니파를 철저하게 배제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수니파 사람들은 대거 직장에서 해고됐고, 2009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 수니파의 실업률은 60퍼센트에 육박했다. IS는 미국과 시아파 정부에 반감이 있던 지역을 먼저 공격했는데, 미군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이용해 쉽게 그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다.

또한 수니파 주민들은 IS의 초기 이슬람으로 돌아가 칼리프 체제를 만들자는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재의 억압을 해결할 방법은 IS뿐이라는 생각으로 IS에 가담하는 숫자도 늘고 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IS에 가담하면 매일 150달러(약 16만 원)을 받을 수 있어 IS의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 씨는 IS가 서방국가의 인질들을 한 명씩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미국과 영국을 도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IS 스스로도 140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이념과 불과 5만 명의 핵심 조직원으로 장기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죽음과 공포’의 메시지를 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이 도발에 응해 공습을 하면 민간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고 그 반감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게 IS의 전략이다.

IS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처럼 이날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궁극적으로 IS 문제를 해결할 방법, 이라크 내부의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 질문이 이어졌다.

▲ 29일 최재훈 씨가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괴물, IS'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최 씨는 결국 대화를 통한 외교가 해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이라크에 영향력이 큰 이란 등과 미국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에게 더  적극적으로 인도주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망에 빠진 난민들이 계속 IS 무장대원으로 충원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IS가 지금처럼 계속 승승장구하고, 그간 밝힌 것처럼 중동을 넘어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주변 국가들이 개입하기 시작한하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