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돈으로 자치활동 침해".. 대학, "행사 내용이 아니라 절차가 문제"

성균관대가 학생회실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연 학생회 간부에게 공로장학금을 주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세월호 관련 단체들이 규탄하고 나섰다.

10월 2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공동 성명을 내고 성균관대에 장학금 지급 거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두 단체는 이어 “성균관대의 이러한 처사는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내의 탐구 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일이며, 자유로운 의견 교류와 토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논의를 가로막는 반민주적인 행위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성균관대 생명공학관 (사진 출처 = 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 홈페이지)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는 9월 24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실에서 유가족 3명과 학생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원래 간담회를 성균관대 강의실에서 열고자 했으나 학교 측이 강의실 대여를 거부했다.

그뒤 성균관대학은 10월 15일 유가족 간담회를 개최한 조형훈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는 공로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관해 성균관대 홍보팀 박정만 과장은 10월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정은 학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지원팀에 문의한 결과, 학칙 57조에 따르면 학내 행사는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게 돼 있으며, 장학금 지급규정 4조에 다르면 학칙을 위반한 경우 장학금 지급 제한을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과장은 조형훈 학생회장에 대한 장학금 제한 조치는 “(행사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절차 때문에 행해진 조치”라면서 “절차 면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오해가 생겨 유감”이라면서, “다단계를 포함한 기업이나 종교가 학생들을 이용해 홍보 행사를 하는 것을 막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형훈 학생은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생명공학대 학생회가 행사를 주최한 것이 아니며, 공간을 대여해 줬을 뿐”이라며 “그것 때문에 공로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학교의 처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공로장학금은 원칙적으로는 학생 개인에게 주는 것이지만, 관행적으로 부족한 학생회비를 보태기 위해 써 왔다”면서 “학교가 돈을 갖고 학생회 활동을 억압하는 것은 자치활동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학생지원팀 관계자로부터 ‘애초에 학교가 불허한 행사에 공간 대여를 해 줬기 때문에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학 측이 언급하는) 근거는 학칙이지만 결국 대화를 나눴을 때 나오는 (실제) 내용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열면) 학교가 유가족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정치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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