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징표를 읽는 교회-

“조심스럽게 시대의 징후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시대의 점증하는 요구와 사회 조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교회, 특히 시노드는 노력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폐막 미사에서 강조한 말씀이다. 지난 10월 5일부터 2주간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렸던 이번 회의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번 회의의 중간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교회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간보고서는 예상을 뛰어넘어 동성애, 동거, 이혼 후 재혼에 관해서 좀 더 폭넓은 수용과 관용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8일 공개된 최종보고서에는 결혼과 피임에 대한 가톨릭의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지만 동성애 관련 부분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우선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동성애, 이혼 등의 사안을 회의 주제로 삼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이번 시노드에 참여한 추기경, 주교와 대화하는 교황. (사진 출처=바티칸 라디오)
물론 이런 의지와 시도들이 그동안의 교황의 행보와 말씀 등에서 비롯된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동성애자가 신을 믿고, 선의를 갖고 있다면 내가 무엇이기에 그를 심판하겠는가”라고 답하셨다. 교황께서는 사목적인 측면에서 고려를 하시는 것이 분명하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라도 평화롭게 신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교회는 고통 받고 힘들어 하고 어려운 사람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 사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어떤 사람도 예외가 되거나 격리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 모든 이에게 하느님 자녀의 기쁨, 보람, 희망 주어야

교회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 자녀로서 사는 기쁨과 보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특히 이혼 등의 가정문제들이 교회법 안에서 좀 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일선 사목자들이 제기한 공통된 요구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 언급한 동성애자들에 대해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권이 차별받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교회가 일관적으로 유지해왔던 입장이다. 교회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지만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상당수의 남녀가 깊이 뿌리박힌 동성애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경우는 스스로 동성연애자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이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들의 처지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주님의 십자가 희생과 결합시키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2358항)

교회의 본질, 항상 쇄신

비록 최종보고서에서는 삭제되었지만, 회의의 중간보고서에서 "그들(동성애자)은 자신을 환영하는, 집 같은 교회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은 전향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전통을 지닌 가톨릭 신앙의 교리가 한두 번의 논의로 쉽게 바뀌거나 변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회의 폐막 미사에서 교황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앞으로 (변화를 위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숙성을 위한 1년의 기간이 남았다. 우리는 씨앗을 뿌렸고 내년 10월 시노드 회의 때까지 인내를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역사 속에서 시대의 요구와 정황에 따라 늘 새롭게 변화해 왔다. 그래서 교회는 시대의 여건과 변화 속에서 비록 실수와 과오는 있었지만 자신의 본질을 잃지는 않았다. 이런 변화는 임시적이 아니라 원리적인 대응이다.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무조건 현실에 타협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대와 환경에 변화하지 않는 교회는 오히려 본질을 잃을 수 있다. “교회는 항상 쇄신해야 한다”(ecclessia semper reformanda)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늘 새로운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한다. 시대의 소리는 하느님의 음성이요 부르심이기 때문이다.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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