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10월은 로사리오 성월이다. 하지만 사실 내겐 1년 열두 달이 모두 로사리오 성월이다.
로사리오를 바치지 않고 잠자리에 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자연히 손에 들게 되는 로사리오.
여행을 하는 차 안에서 손에서 놓지 않게 되는 로사리오.
누구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잡게 되는 로사리오.
어려운 일이 맡겨졌거나, 누군가와 새로운 만남을 하게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하는 기도, 로사리오
.

로사리오를 잡으면 마음의 평화가 밀려온다.
따뜻함이 느껴져 오면서, 나를 편안하게 맡기게 되는 로사리오 기도.

내가 처음으로 기도의 맛을 느끼게 된 것도 로사리오 기도다.
이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가톨릭 가정의 기도 생활을 보고 자라온 내가 영세를 받고 처음 하게 된 활동이 레지오였다.

아니다. 청년회원으로 있으면서 창단 청년 레지오 단원이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내게 청년회는 크게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모든 청년회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당시 내겐 조금은 친목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런 내게 신앙생활의 맛을 느끼게 해준 것이 레지오였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열심한 청년 레지오 단원들 덕분에 난 창단 멤버가 되었고, 그들 덕에 로사리오 기도와 봉사의 생활, 신앙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내가 소속된 성당은 서울 수유동 성당이었다. 우리 쁘레시디움은 “샛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것 같다. 또 다른 청년들이 모여 지금도 지속되어 오리라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단원들이 그립다. 수녀원에 들어온 뒤 한 번도 연락을 취해본 적이 없다. 그때는 수녀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을 다 놓고 온다는 생각으로 아는 사람들과의 연락을 많이 하지 않고 지내던 시대다.
지금이라면 핸드폰도 있고 해서 쉽게 연락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이름들....프리스카, 안젤라, 막달레나, 로사, 젬마, 젤마나 그리고 나 젤뜨루다다. 모두 여성들이었고, 성소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물론 그중 몇 명은 결혼성소를 가지고 있었다.

▲ 가톨릭교회의 묵주.(사진 출처=ko.wikipedia.org)
함께 바치는 기도의 힘과 내가 아닌 그 누군가를 향한 봉사, 그때의 단원들은 참 헌신적이었다. 나만 직장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간신히 시간만 때우는 식의 봉사를 했던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봉사활동 후의 나는, 그런 행복이 나를 감싸고 있는 걸 깨달았고, 그것이 남보다 나를 더 찾던 나에게, 나의 참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내가 행복한 곳 - 봉사활동이 있는 곳, 그것이 나의 성소의 동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와 로사리오와의 만남.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살레시오수녀회의 다른 이름은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이다. 돈 보스코께서 살아있는 성모님의 감사의 기념비로 세우신 수도회다. 성모님께 대한 사랑이 많았던 돈 보스코처럼 나도 그렇게 성모님을 사랑하고 싶다. 로사리오 기도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쳤던 돈 보스코처럼 나도 그렇게 로사리오를 청소년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어머니의 현존에 대한 깊은 감사로 매일을 사는 은혜를 함께 살도록 초대하고 싶다.

오늘은 24일,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매달 기념하는 성모님의 날이다. 오늘도 나는 동료수녀와 함께 원주천 길을 걸으며, 가을을 보며 로사리오를 바쳤다. 비가 와서인지 유난히 맑은 원주천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오리 떼가 편안한 움직임으로 물길을 걷는다. 엄마 오리가 있고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 탓일 게다. 성모님과 함께 하는 나도, 저 오리와 같은 게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며,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사는 삶.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머니와 함께이기에 가능한 넉넉함이 있다.

10월, 로사리오의 성월에 1000번의 성모송을 단 하루라도 바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

-작곡 박기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여
묵주의 기도 드릴 때에 나를 위로하시며 빛을 밝혀 주시니
모든 걱정 사라지고 기쁨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 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어두움이 찾아들 때 우리 지켜 주시는 성모 마리아여
묵주의 기도 드릴 때에 내게 평화 주시며 밝은 마음 주시니
모든 근심 사라지고 기쁨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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