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선교에도 도움 안 돼"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었던 경기 김포 애기봉 철탑 철거에 대해 개신교 안에서 찬반이 엇갈린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화해통일위원장 조헌정 목사는 2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철탑 철거는 예수의 정신에 맞는 일”이라며 환영했다.

조 목사는 그동안 애기봉 철탑 점등은 개신교 입장에서 선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더러, 남북 주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심어줬을 뿐이라면서, “만일 노후 철탑이 성탄 점등 행사 때 사고를 일으킨다면 더 불명예스러운 일이 됐을 것이다. 여러 관점에서 긍정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애기봉점등반대 기독교공동대책위’ 활동을 해왔던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는 이번 애기봉 철탑 철거를 환영한다면서, 어떤 이유든 스스로 철탑을 철거한 것은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걷어내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10월 2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국방부는 안전문제를 들어 철거했지만, 어느 정도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북으로 보내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됐고, 대북 삐라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다른 형식으로 북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공보실은 15일부터 16일까지 애기봉 철탑을 철거했다면서, “오래된 철탑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안전문제를 우려해 철거했을 뿐"이라고 2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애기봉 철탑은 임진강 하류 북쪽 기슭, 개성 시내로부터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어서 점등하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 멀리서 본 애기봉 등탑. (사진 제공=뉴스앤조이)

이런 이유로 북한이 선전전에 무력으로 대응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인근 김포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 종교 단체 등은 그동안 ‘애기봉점등반대 김포공동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애기봉 점등에 반대해 왔다.

이들은 “군이 종교 단체를 끌어들여 대북 심리전을 하려는 의도이며, 김포 민통선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전쟁놀음”이라고 비판하면서, 점등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적 목사는 또 그간 “개신교 종교행위”로 점등을 해 왔지만,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 등 탈북 단체들이 점등을 요청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개신교 내부 전반적 분위기는 성탄 트리는 ‘평화의 트리’지 전쟁을 위한 트리가 아니며, 애기봉 점등 트리는 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것이 종교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면 철거에 공식 항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애기봉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평화공원에 다시 대북심리전을 위한 전술탑을 세우거나 반공교육관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철탑 철거는 현재로서 통일운동사에 의미가 있고,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개신교 일부에서는 “애기봉은 종교 통한 인류애와 평화 염원의 상징”이라면서 애기봉 등탑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번 철탑 철거를 두고, “애기봉은 그간 종교의 자유에 따라 군 장병과 북녘 동포들에게 희망을 줬던 것인데, 이를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은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라면서, “철탑 보수가 아닌 철거는 분명한 문제며, 국방부는 철탑에 대한 차후 계획을 밝히고, 다시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애기봉 철탑은 1954년에 소나무로 세워져 종교 행사 때마다 불을 켰으나, 1971년에 철탑으로 대체됐다. 그 뒤 2003년까지 성탄 트리로 사용되다가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북간 선전활동 중단과 선전수단 제거를 합의함에 따라 점등을 중단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반발로 다시 점등했다가, 2011년에는 그해 12월 19일 김정일 북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점등이 취소됐고 2012년과 2013년에는 다시 점등했다. 국방부는 2014년 10월 애기봉 철탑 안전진단 결과 D급 판정을 받은 지 10달 만에 ‘안전’을 이유로 철탑을 철거했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고위층 3인이 참석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 합의한 뒤로, 남한은 오는 10월 30일에 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상태이나 아직 북한은 답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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