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미사'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왔다. 교회라도 기억해야 한다.”

22일 저녁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은 3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정릉 본당의 김정숙 씨는  “여기라도 와야 기억할 것 같아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주최한 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미사’에 참여했다.

서울대교구의 다른 신자 김 아무개씨는 “어떤 자리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착한 목자 신부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며 “긴 싸움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긴 호흡이 필요할 때는 하느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일미사는 성당에서 보지만, 평일에는 이웃과 함께 하고 싶어 대한문 앞 같은 길거리 미사에 주로 참여한다. 김 씨는 길거리 미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 하느님 말씀이라고 배웠다. 그는 “한편으로는 미사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도 될지 혼란스럽다. 한계를 넘어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놨다.

▲ 2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됐다.ⓒ배선영 기자

이날은 27명의 사제가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했다. 강론을 맡은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참사의 근원적 원인을 성찰하는 대신 유병언이라는 한 사람을 모든 문제의 열쇠인 양 내 보여 국민의 분노와 절망을 호기심 천국으로 만들었다”며 공권력을 비판했다.

또한 박 신부는 “세월호 참사가 세월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을 염려하며, “참사의 원인을 밝은 곳으로 드러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구조적 장치를 만들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한국교회가 위선에 빠질 수도 있고,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형제애로 연대할 것을 당부했다.

미사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마무리됐고, 그 뒤 참석자들은 정의평화위원회가 만든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십자가입니다’라는 동영상을 감상했다.

동영상에는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과 상관없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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