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연대해 풀 문제"

가톨릭에서 최근 동성애자 포용 논의가 주목을 끈 가운데, 불교 조계종이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10월 21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성소수자가 사회적 차별뿐 아니라 실제 직장 생활과 고용에서도 다양한 차별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우리 주변에 같이 일하고 있는 직장 동료가 조용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성소수자일 수도 있으며, 그들도 똑같은 ‘노동자’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기보다는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같이 싸워 줄 동료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곤, 사무직 게이 노동자)

성소수자(LGBT)는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우선 발표자들은 ‘왜 성소수자 노동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성소수자는 그동안 노동과 상관없는 존재로 비춰졌으며,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으로 인해 고용과 근무, 해고 또는 퇴직 등의 노동 전 과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음에도 문제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답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곽이경 노동권팀장은 노동현장의 성소수자들은 그들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직장 선택이 제약 받고 해고 등 고용 상 불이익, 채용 과정의 원천 배제 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차별 현실과 성소수자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해 발표한 곽 팀장은 “이와 같은 차별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과 같은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져 불평등 효과를 낳는 '간접 차별'이며, 성소수자가 갖는 고용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임을 해외 연구결과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들 성소수자들은 고용이 되더라도, ‘이성애 중심적 가족제도’가 만드는 제도적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동성애자 파트너와 함께 사는 이들은 ‘기혼자’로 인정받지 못해서 가족 수당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예를 들고, 이 같은 차별은 각 기업에서 사규만 정비해도 보다 평등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소수자 상징 깃발.(사진 출처=엠네스티 블로그)
곽 팀장은 이 밖에 성소수자들이 겪는 외모 차별, 젠더 규범에 대한 강요, 동성애혐오증(호모포비아)의 폭력성, 집단 문화로부터 오는 불편함, 무시의 경험으로 인한 정체성 훼손 등을 지적고,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들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연대해야 하며, 무엇보다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한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 변호사모임 희망법’의 조혜인 변호사는 성소수자 노동자에 관한 고용차별금지법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성소수자 차별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성소수자가 원천적으로 고용이 되지 않거나, 해고의 가능성 때문에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차별을 당하더라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성별, 장애, 연령, 일정한 고용형태 등의 차별 사유에 대해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마련돼 있지만,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특별법 형태로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헌법 11조 1항 1문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일반적 평등원칙을 보장하고, 2문에서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 사회, 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그간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안을 만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조계종 노동위원회 양한웅 전문위원은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불교는 우선 교리적 차원에서 남녀노소, 장애, 계급, 지위 등 어떤 차별도 없이 누구나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 성소수자를 제외할 이유가 없고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동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지만 성소수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현재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도, 오히려 차별금지법 자체가 성소수자 보호만을 위한 것이라고 호도된다. 이 부분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성소수자의 경우, 직장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조를 비롯해 누구도 변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에 종교가 눈을 뜨고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는 종파를 넘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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