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토요일 저녁에는 보통, 토요일 전례에 맞춘 미사가 아니라 바로 그 다음 날인 주일의 미사 전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미사를 우리는 흔히 토요 특전(sabbatine privilege)라고 부릅니다. 의미상으로는 토요일(sabbath)에 주어지는 특전(privilege)이므로 토요일 저녁에만 해당하겠지만, 일요일만이 아닌 다른 의무 축일의 하루 전에도 특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습니다. 의무 축일은 각 나라 교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한국 교회는 모든 일요일, 곧 주일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을 의무 축일로 삼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주일엔 당연히 주일 미사에 참여하여 주님의 부활을 기념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앞서 말씀드린 의무 축일에 신자들은 함께 모여 그 대축일의 고유한 의미를 되새깁니다. 하지만 주일과 의무적으로 참례해야 하는 세 개의 대축일 당일에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이들에게 특전 미사는 매우 요긴한 전례라 하겠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어떻게 일요일 전례를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설명을 드리자면, 이것은 유대인들의 전통에서 유래합니다. 옛날에 유대인들은 하루를 일몰부터 다음 날 일몰까지로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안식일은 여전히 토요일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인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금요일 오후에 숨을 거두신 후, 사람들은 매우 서둘러야 했습니다. 해질 녘이 얼마 남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면 안식일이 시작되기에 율법상 시신을 나른다거나 하는 노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칫 안식일인 토요일 해질 때까지 하루 동안 시신을 그냥 방치해 둬야 할 뻔했습니다. 다행히도 예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무덤을 가지고 있어서 그곳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마태 27,57-61 참조).

그러니까 예수님의 부활은 돌아가신 후 삼일 만에 부활하겠다고 하셨으니, 금요일에 운명하시어 토요일 해진 후 일요일 아침 어느 즈음에 일어난 사건이 됩니다. 부활 성야 미사가 토요일 밤에 봉헌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 두셔야 하는 것은, 부활 성야 미사는 단순한 특전 미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과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는 밤 미사와 당일 낮 미사로 크게 구분됩니다. 밤(자정) 미사에 참례를 했다면 다음날 미사에 참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전날 밤 미사와 다음 날 성탄과 부활 당일 미사는 다른 전례입니다. 독서와 복음의 내용도 다릅니다. 그러니까 밤 미사가 대축일 당일의 특전 미사는 아닙니다. 그래도 의무상으로 미사 참례를 한다는 의미에서는 밤 미사만 참석하는 것으로 족합니다만, 전날과 당일의 미사를 모두 참례하시는 것이 신앙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입니다.

▲ 안식일에 옥수수를 뜯는 제자들.귀스타프 도레(1832-1883)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특전 미사는 주일 당일, 의무 대축일 당일에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의 주일 미사 참여를 돕기 위해 실시된 전례 개혁 중 하나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정된 이 전례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 교황청으로부터 시행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정식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각 교구별로 시행 일시와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가톨릭대사전, "특전 미사"항 참조)

우리나라에서 특전 미사를 실시하는 것은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배려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가 되겠습니다. 저는 이 특전 미사가 일주일에 여러 번 실시되는 곳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제품을 준비하던 기간 동안, 겨울에 일주일 정도 휴가기간을 이용해 공동체 형제들과 알프스 근처의 산간 마을에 갔었습니다. 그 산간 마을 본당의 담당 신부님이 예수회 선배 신부님이셔서 우리에게 숙소를 저렴하게 마련해 주셨지요. 그 신부님은 거대한 산의 계곡을 따라 있는 일곱 개의 본당을 혼자서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사제 수가 부족하다보니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겨울 기간에 이 산간 지역은 스키를 타러오는 휴가객들을 대상으로 관광 사업이 주수입원을 이뤄 사람들이 주일 미사에 잘 나올 수 없는 상태란 것을 그 신부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곡을 따라 거주하는 사람들과 관광객을 위해 주일 미사를 정작 주일이나 토요일에 하지 않고 평일 중 하루를 잡아, 일곱 개 본당을 주마다 돌아가며 특전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으로서는 사람들이 너무 장사에만 관심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실이다 보니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생활 리듬을 고려해서 제정된 전례라고 할 수 있는 특전 미사를 잘 활용하시면, 주일 미사에 빠져서 찜찜한 마음으로 일정 기간을 지내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백소에 앉아 있다 보면, 토요일에도 쉬고 일요일에도 쉬셨다는 분들이 종종 들어오십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쉰다는 의미 안에 부디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것도 포함되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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