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순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미국 여자 수도자들


캠브리지 스프링스의 주립교정기관 책임자 자비의성모동정회 나탈리 로시. 1월 12일 약 40명의 수감자 영성 지도
미국 여자 수도자들은 지난 달 말 교황청의 명령으로 시작된 2년에 걸친 순시를 통해 하느님과 교회, 세상에 헌신하며 봉사하는 그들의 참 모습을 보여 주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증진하리라고 조심스레 낙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 과정에서 협의가 없었다는 것과 그 진행 방법, 순시 보고서의 '기밀성'에 대하여 한편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미국 여자 수도회 단체는 2월 12일 이번 순시를 “혼란스럽고 미심쩍으며 공평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왜 남자 수도 공동체에 대해서는 똑같이 우려하지 않는가

미국 수녀 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교황청이 여성 공동체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 왜 남자 수도 공동체에 대해서는 똑같이 우려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아이오와 더뷰크의 복되신 동정마리아회 원장 메리 앤 졸맨 수녀는 순시에 대하여 “직접 소식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대답하기 곤란하다”면서, 여자수도장상회의에서 받은 두 가지 소식 외에는 일반 매체에서 정보를 얻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자수도장상회의의 이전 의장이었던 그녀는 2월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일반 매체에서 순시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색다르고 상당히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졸맨 수녀는 미국, 에콰도르, 과테말라, 가나에 556명의 수녀를 둔 복되신 동정마리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권유에 참으로 훌륭하게 응답했다.”고 말하면서, 각 수도회는 사도좌 순시 절차에 성심성의껏 응답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성차별이야말로 종교와 세계 안에 뿌리내린 폭력적인 사고방식

복되신 동정마리아회는 발현수녀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크회, 겸손수녀회와 더불어 더뷰크 지역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졸맨 수녀는 “우리는 이번 순시를 이들 수녀 공동체들과 관계 맺는 하나의 방법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각 순시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녀의 바람은 마더 메리 클레어 밀리어와 에바 마리아 애커맨 수녀의 순시 보고서를 수녀들이 함께 보며 토론함으로써 미국에서의 수도 생활에 대한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었다.

메사추세츠 뉴튼의 프란치스코무염시태선교회 원장인 수잔 폰디니 수녀는 선교회 수녀들이 마더 클레어의 방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녀들과 협력자들이 “21세기 세상 안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복음적 소명을 실천하면서 이룬 훌륭한 성과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선교회는 미국, 페루, 영국, 아일랜드, 파푸아뉴기니아, 오스트레일리아에 분원이 있다.

시카고의 신시나와 도미니크회 도나 퀸 수녀는 미국수녀연합회의 공동 창립자이며 당국자로 원장 수녀들의 회의를 열어 교황청의 사도좌 순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회의를 통해 여성으로서 우리의 삶의 경험을 나눌 것이며,” 나아가 성차별 철폐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퀸 수녀는 성차별이야말로 오늘날의 조직화된 종교와 세계 안에서 가장 뿌리 깊고 파괴적이며 폭력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퀸 수녀는 교황청이 “더 이상 이러한 폭력을 뒷받침하고 부추기며 계속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수녀들의 삶의 체험”을 심사하기에 앞서,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회 건축을 반대하는 데 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 학교에서 성사와 전례, 가르침에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남녀포괄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수녀들은 참여에 익숙하고 솔직하다

1월 30일 워싱턴 기자 회견에서 교황청의 순시를 발표한 이후, 대부분의 “평수녀들”은 마가렛 톰슨에게 그러한 깜짝 발표는 “여자수도장상회의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우려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톰슨은 수녀들은 “참여에 익숙하고 어느 정도 솔직하다.”고 말했다.

톰슨은 뉴욕의 시러큐스 대학의 역사와 여성학 교수로서 <수녀: 가톨릭 교회의 사라지는 종?>의 저자이며, 미시간의 먼로 티없으신마리아성심공동체 준회원이기도 하다.

톰슨 교수는 교황청의 심사 명령이 미국 수녀들의 “질적 평가보다는 양적 평가”를 목표로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녀들이 노령화되고 있고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미국 수녀들의 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되었을 때보다 현재 약 12만 명이 더 적다.

교황청은 왜 있지도 않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가?

그녀는 미국 가톨릭 신학교에 대한 교황청의 최근 조사가 사제 성추문 위기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여자 수도회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순시를 한단 말인가?"라고 말하면서, “교황청은 왜 있지도 않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가?”라고 토를 달았다.

톰슨은 혼잣말이지 어떤 수녀회나 사도생활단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왜 밀리어와 애커맨이 순시 절차를 관장하도록 뽑혔는지 의아해 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그들의 신임장을 본적이 없다. 나는 우리가 전문가 위원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신학과 사회학에 실제로 박식한 수녀들도 많기 때문이다.”

밀리어도 애커맨도 큰 수도회 출신이 아니다. 둘 다 “전통주의 공동체의 시각을 제시한다.”고 톰슨은 말하면서, 그러한 시각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교황청이 그러한 수도회가 봉헌 생활의 “표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지 의아스러워했다.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수십 년간 생각해 온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강요하려는 교도권의 반작용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수녀들의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고 있는데, 은퇴한 수녀들은 교황청의 사도좌 순시에 대한 응답을 유보하고 있다. 마더 메리 클레어에게서 직접 소식을 듣는 그들의 지도자들을 통해서나 여자수도회장상회의를 통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이메일이나 일상 생활을 통해 여러 수녀들과 연락을 취하는 한 수녀의 의견이다. 도미니크회 아드리안 호프스테터 수녀는 89세로 세인트 카트리나의 은퇴자 수녀원에서 약 50명의 수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평화 활동에 여전히 적극적이며 복지 센터에서 수녀들을 돕고 있다. 수녀들은 7명이 작은 거주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함께 식사한다.

수녀들은 계획된 사도좌 순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그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하였고, 동시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이후 수도 생활에 일어났던 변화를 수포로 되돌리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호프스테터 수녀는 수도회의 선교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면서, 4년에서 5년에 걸친 켄터키 공동체의 변신은 4월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 200명의 수녀들이 6개의 도미니크회와 통합해서 도미니크평화수녀회가 되는 것이다. 이 새로운 단체는 800명의 수녀들과 500명의 협력자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 시대에서 부름받은 여러 가지 사명을 발견하기 위해 열심이다.”  

2009.2.13.
페트리샤 르페브르

번역/ 김미경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0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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