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해방신학자 성정모 교수

한국 출신 해방신학자 성정모 교수(브라질 상파울루 감리교대학교 종교학과)가 해방신학의 본고장인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해방신학은 ‘위기’라고 진단했다.

▲ 성정모 교수 ⓒ강한 기자
성 교수는 18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처럼 말하며, 그 두 가지 근거로 해방신학계에서 새로운 신학적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함께, 훌륭한 저작이 나오더라도 영어권 출판계에서 번역 출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 신학이 근현대 세계를 ‘무신론이 판치는 세상’으로 간주하고,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를 납득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왔다고 요약했다. 이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세상을 ‘우상을 섬기는 세상’으로 보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과 소외’라고 본다고 성 교수는 말했다.

성 교수는 교황의 생각은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해방신학은 이처럼 좋은 열매를 많이 맺은 신학이었다. 우리가 다시 한번 해방신학이 어떤 것인지 공부해보는 시도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방신학자들이 ‘자본주의가 경제제도를 넘어서 종교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갖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1000만 달러를 가진 사람이 1억 달러를 갖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구체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돈을 통해 ‘무한한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 무한한 존재가 바로 ‘신’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아이폰5를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아이폰6를 사고 싶어 할까” 물으면서,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비밀’이며 상품은 ‘무한한 존재를 향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체를 받을 때 ‘빵’을 받는 게 아닙니다. 그 ‘빵’ 뒤에 있는 ‘약속’을 받아 먹습니다. 이 성체 신앙처럼 마케팅의 신학자들은 상품의 신비로운 차원에 대해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종교가 아니겠습니까?”

성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진정한 보편적(가톨릭) 교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 사람들은 자신이 연약하다고 느끼거나 죄를 지었다고 느낄 때 교회 등 거룩한 곳을 찾아갔지만, 오늘날에는 그 대신 쇼핑을 하며 쇼핑몰이 성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신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며 ‘누가 진정한 신이냐’ 하는 질문”이라면서, 이것이 교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본주의의 영성’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성정모 교수는 “우리가 고통받는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바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것이 복음과 해방신학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강은 ‘왜 다시 해방신학인가’를 주제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가 함께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었다.

성정모 교수가 ‘해방신학과 돈에 대한 우상 숭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데 이어,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해방신학’을, 김항섭 한신대 교수가 ‘물신숭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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