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탈핵 학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저는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이 결국 ‘차별’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 후쿠시마 원전과 후타바(Futaba). (이미지 출처 = simple.wikipedia.org)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2011년 3월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에 있던 후타바 병원 참사에 대해 언급하며 이처럼 말했다.

후타바 병원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4.5킬로미터 거리에 있던 정신병원으로, 입원 환자 330여 명 대부분은 나이가 많고 치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핵발전소 폭발 사고와 대지진 와중에 구조, 대피 지연으로 제대로 간호를 받지 못한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월 15일 오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천주교 탈핵 학교’ 강의에서 이헌석 대표는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스스로 대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 자가용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젊은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지만, 사회적 약자들, 몸이 아픈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죽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후타바 병원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핵 사고뿐 아니라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난 때 중환자들을 어떻게 이송할 것인가 대책을 세우려 했지만, 대책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옮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실 이런 곳에는 병원을 두면 안 된다”면서, 부산 기장군에 있는 동남권 원자력의학원과 고리핵발전소가 5킬로미터 거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재난에 대비한 대피훈련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에 따라 한국 원자력의학원의 한 기관으로 설립돼 2010년 7월 개원했으며, 현재 250병상 이상을 두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 의학적 이용에 대한 연구, 동남권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 향상, 방사선 비상진료 업무 등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천주교 탈핵학교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강한 기자

한편 이헌석 대표는 2011년 4월 직접 방문했던 체르노빌 이야기도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핵발전소가 폭발하고 방사선이 누출된 곳이다. 이 대표는 당시 소련 정부의 보상과 이주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체르노빌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이분들의 삶을 완전히 뒤엉키게 한 것은 맞지만, 이분들에게 ‘체르노빌’은 떠안고 살아야 할 어떤 것입니다. 제가 왜 여기에 남으셨냐고 물었더니 ‘조상 대대로 여기에서 살았고, 선조들의 묘소가 다 여기에 있다. 나는 대피를 위해서 1년 반 이상 떠나서 살았지만 도저히 나가서 살 수 없었다’고 말하더군요. 우리가 생각하는 체르노빌의 아픔과 또 다른 면이 있는 것입니다.”

또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체르노빌 사고 원자로를 덮는 폭 150미터, 높이 105미터 규모의 추가 방호벽 설치를 추진해온 것도 언급했다.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핵발전소 4호기 위에는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방호벽이 덮여 있었는데, 이 방호벽에 균열이 생기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방호벽 건설이 논의됐다. 새 방호벽을 짓는 데 한화 2조 원 이상이 들기에,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의 공사비 지원을 받고 있다.

▲ 체르노빌 주민(왼쪽)과 핵발전소. (사진 제공 =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새 방호벽의 설계 수명이 100년이며, 방사선을 막기 위해 최소 800년 동안 계속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0년 뒤에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방호벽을 보강하기 위한 돈을 다시 모아야 한다”면서 “800년 전 고려시대 조상들의 잘못으로 나온 쓰레기를 우리 세대가 돈을 모아 치우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100년 뒤에도 핵발전을 하고, 전기를 쓰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때도 방사성 물질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가 연 천주교 탈핵 학교에는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11월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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