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오늘 회의에서 이후 향방 논의

전동성당이 내려다보고 있는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주교 단식기도회가 오늘(13일)로 29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제들은 하루 단식기도 참여로 기도 천막을 지켰고, 매 평일 오후 7시에는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기도 천막 옆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북세월호대책위’ 동조 단식 천막이 있다. 호남제일문으로 유명한 풍남문과 지난 8월 시복된 복자 윤지충과 권상연 등의 순교 터에 세워진 전동성당,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한옥마을이 근처에 있는 ‘풍남문광장’은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대중성도 겸비한 자리다.

▲ 10일 오후, 전동성당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전주 풍남문광장.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주교 단식기도 천막(왼쪽)과 시민사회단체 천막이 설치돼 있다. ⓒ강한 기자

10일 오후, 전주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 가운데 풍남문광장의 천주교 기도 천막. 이날 단식기도를 하며 천막을 지키는 사제는 연규영 신부였다. 줄포본당 주임사제인 연 신부는 오후 5시부터는 묵주기도를 바치기로 돼 있다며 기도를 시작했다.

이날로 연 신부는 여섯 번째 단식기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는 하루 단식기도는 힘들지 않다며, 전북 부안군 줄포면에 있는 ‘시골 본당’에 있다 보니 자주 못 오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도 천막 안에 걸린 노란 플래카드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과 함께,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과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이 기도회를 주관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교구 위원회인 ‘정의평화위원회’와 전주교구의 ‘정의구현사제단’이 세월호 사안을 두고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전준형 사무국장이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사무국장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도 특별한 점이다.

이날 오후 풍남문광장에서 만난 전준형 사무국장은 전주교구의 릴레이 단식기도회가 한 달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13일 오후 열리는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회의에서 교구 내 각 지역별로 돌아가며 세월호를 기억하는 미사를 여는 방식으로 변경할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천주교 기도 천막 옆의 ‘전북세월호대책위’ 천막을 가리키며 “저기서는 시민사회단체가 돌아가며 50일째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김제, 군산, 정읍, 익산 등 전라북도 5개 지역에 릴레이 단식 천막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주교가) 아픔에 공감해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힘을 보태주기 위해 단식기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10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식기도에 참여한 연규영 신부와 전준형 사무국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한 기자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기도 천막과 그 앞에는 신자 30여 명과 사제 5명이 자리 잡았다. 미사는 묵주기도 1단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기도회 기도’로 시작됐다.

“저희의 마음을 열어주시어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느끼게 하시고, 저희의 눈을 열어주시어 그들의 아픈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하소서. 저희의 입을 열어주시어 저희가 고통 받는 이들의 입이 되어 소외와 고통을 끝내게 하소서. 저희의 손을 움직이시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주님의 손이 되게 하소서. 저희의 발을 움직이시어 세상 곳곳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저희의 고통과 슬픔이 되게 하시고, 그들의 기쁨과 희망이 우리의 기쁨과 희망이 되게 하소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기도 중)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의 소감은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았다. 박종구(파트리치오, 65) 씨는 “세월호와 관련해 요구되고 있는 것은 크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라는 두 가지다. (그걸 가능하게 해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수녀는 “세월호의 아픔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연규영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갈라놓으려 하는 자’인 악마를 이기는 힘은 연대의 힘, 함께하는 힘, 일치하는 힘이다. 그러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고, 주님께서 원하는 정의로운 사회, 모든 사람이 함께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이 땅에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마음이 아직 작지만,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언젠가는 더 큰 열매를 맺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과 아파하는 유가족에게 힘이 되고,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때까지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 10일 저녁, 풍남문광장 기도 천막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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