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 먹었습니다.”(야고 5,2) 그래도 있는 이들의 재물에 대한, 옷에 대한 욕심은 오늘도 끝이 없나 보다. 없는 이들의 피울음도 지금껏 계속 되나 보다.

2014년, 우리는 여전히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참담함,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평택에 와보니,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로 2646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쫓겨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 25명이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거리를 떠돌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눈물겨운, 힘겨운 노력과 투쟁을 해왔다.

▲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조현철
사실 모든 면에서 열악하고 불리한 상황, 불리한 싸움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지금까지 맨손으로 거대한 상대와 싸워 온 셈이다. 그래도 굴복하지 않고 떳떳이 진실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리해고의 부당함은 물론, 이 땅의 참담한 노동현실을 우리사회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신들처럼 불의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연대하며 힘을 보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그래서 아주 힘겹게, 너무나 소중한 결실을 얻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다. “쌍용차 해고, 잘못되었다. 무효다!”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쌍용차 사측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런 경우, 흔해빠진 상투적인 행태다. “상급인 대법 판결이 남았다.” 겉으론 그런 이유다. 하지만, 실제는 시간끌기다. 속내는, “니들이 언제까지 견디나 보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힘없는 이들에 대한 가진 자들의 횡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야고 5,4)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쌍용차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다!”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낸 연유다. “우리도 사람이다. 먹어야 사는 사람이다. 가정이 있는 가장이다.”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낸 연유다. 모두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른 요구다.

사측은 가처분 판결을 늦추기 위해 여전히 치졸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개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가처분 판결 결정도 자꾸 지연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고법 판결로 일구었던 희망과 기쁨이 다시 사그라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그대로 있을 수 없다, 주저앉을 수 없다.” 지난 9월 30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절박한 심정으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아스팔트 길 위에서 절하며 걷는 것, 아니, 기는 것뿐이다. 언제까지라는 기한도 없다. 가처분 결정이 날 때까지란다. 가슴 먹먹한 현실이다. 삼보일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온몸으로 외치는 요구, 울부짖음이다. “정의를 달라!” “진실이 현실이 되게 하라!” 소식을 듣고 평택을 찾았다. 얼굴들은 예상보다 밝다. 다행이다. 하지만 장난기 섞인 말에서도 못다 삭인 아픔과 억울함과 분노를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

▲ 3보 일배를 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조현철

우리 모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와 울부짖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응답해야 할 곳은 법원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제기한 것은 그야말로 ‘가처분’ 신청이다. 그만큼, 사안이 긴급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평택법원은 공정하게, 하지만 신속하게, 신속하게, 하지만 공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어려울 것도 없다. 일단, 고법 판결의 근거로 가처분 결정을, 글자 그대로 잠정적으로 내리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해서, 대법 판결로 최종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 이들의 지위를 확인, 보전해 주고, 이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당당히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길거리로 내몰린 다른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그만 힘들게 해야 한다. 억울한 사람들이 눈물을 멈추도록 해 주는 것, 다시 일어나도록 해 주는 것, 부당하게 빼앗긴 희망을 돌려주는 것, 정의를 세우는 것, 사법부의 의무이자 몫이 아닌가.

이제 사법부의 독립과 양심을 믿고, 다시 한번, 당부하고 촉구한다. “쌍용차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결하라!”
 

 
 
조현철 신부 (프란치스코)
예수회, 서강대학 신학대학원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