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정보 안전 텔레그램으로

한 정당 간부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파문이 인 뒤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텔레그램은 독일 모바일 메신저로 철저한 정보 보호로 유명하다.

서초 유스센터 관장인 이승민 신부는 사이버 망명에 대한 기사를 보고 텔레그램을 알게 돼 시작했다. 이 신부는 기업이 개인 정보를 지키는 것에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저항의 의미”로 텔레그램을 깔았다.

이 신부의 텔레그램 주소록을 보면 이미 많은 신부와 수도자가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카카오톡이 지닌 장점 때문에 안 쓸 수는 없지만, 현실에 저항하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텔레그램을 많이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엄선엽 씨 역시 불안한 마음에 텔레그램으로 옮겼다. 9월말에 처음 텔레그램을 깔았을 때는 주소록에 2명뿐이었는데, 7일 현재는 20명 가까이 늘었다. 주변에서 ‘너무 민감하다, 일반인들이 검열 당할 일이 있겠냐’라는 반응도 있다. 엄 씨도 멀쩡하게 잘 되는 국산 앱을 두고 외국 앱을 써야하는 것이 씁쓸하다.

▲ 텔레그램 홈페이지 캡쳐

꼰솔라따 선교수도회의 한경호 신부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한 신부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 허가 없이 내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위축감이 들었다.

한 신부는 “대화 내용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했던 말이 남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웹 개발자 김 아무개 씨는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안 그래도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한데다 카카오톡이 제대로 신뢰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1일 다음카카오 공식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우 공동대표는 카카오톡 검열에 대한 질문에 “어떤 기업이나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에 따른다. 공정한 법 집행이 있을 때는 협조를 한다”고 답했고 이용자들의 불안은 커졌다.

또한 김 씨는 유행처럼 번지는 텔레그램 이용의 원인을 개발자의 배경에서 찾았다.

▲ 텔레그램 개발자 파벨 두로프 (사진=DLDconference 유투브 갈무리)
텔레그램의 개발자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인이다. 그는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 브이콘탁테(VK)를 개발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했던 주요 인사들의 VK 페이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형인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지난해 텔레그램을 발표했다. 텔레그램의 첫 페이지를 열면 “우리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되찾자”(ta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라고 나온다. 게다가 이들은 텔레그램 암호화 시스템을 해킹에 상금 20만 달러(약 2억 원)를 걸었고 지난 3월 2일 우승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이렇듯 개발자가 개인정보를 중요시하고 보안에 자신 있어 하므로 텔레그램은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검열 논란이 일자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김 씨는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잠깐 쓰다 말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카카오톡을 믿기 어려울 것 같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인터넷 통계분석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텔레그램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7일 보도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은 지난 9월 18일 검찰이 ‘사이버 허위사실유포 전담수사팀’ 신설을 발표한 뒤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9월16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틀 뒤 갑작스런 검찰의 사이버 검열 발표는 이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이석우 대표는 5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요청할 수는 있지만, 가져갈 수 있는 정보는 아주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적으로도 (대화내용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도”이며 “어느 인터넷 업체건 법에 따라 수발신 내역을 보관해야 하지만,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은 수사기관에서 정보제공 요청 절차를 밟는 동안 이미 삭제된다”고 말했다.

10월 1일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종로서가 5월 1일부터 6월 10일 사이 정진우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에 대해 압수수색, 검증 집행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종로서는 이 사실을 정 씨에게 9월 16일에 통보했다. 한편 <아이티투데이>는 7일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측에 이를 확인해본 결과, 검찰에 제공된 대화기록은 30일이 아닌 하루치였다"고 보도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