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완성 뒤 강정 의미 이어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의 주체이자 중심이었던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이후에도 생명과 평화를 이어갈 공간이 들어선다.

강정마을에서는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 기공식이 9월 29일 오후 6시 각 교구 사제와 수도자, 마을 주민과 지킴이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기공식에는 강정마을 주민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 100여 명이 참석해 사목센터 건립을 축복했다. ⓒ정현진 기자

강정 주민과 지킴이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공간,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사목 공간으로 마련되는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는 2013년 10월 26일 평화바람 문정현 신부가 사목센터를 위한 대지를 사면서 시작됐다. 2014년 1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지원 아래, 제주교구와 천주교 연대 평화바람이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와 공소 건립을 결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사목센터는 800여 제곱미터 대지에 4층 규모로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며, 주민, 강정 평화 지킴이들을 위한 회의실과 쉼터, 기도실, 경당 등이 마련돼 공소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교회 차원에서는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처음으로 개별 교구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함께 뜻을 모으고 운영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풀이하면서, “또한 선의의 사람들이 무력을 통한 평화가 옳지 않다는 것을 고발하고 깃발을 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 29일 오후 6시 제주 생명평화 사목센터 기공식이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열렸다. ⓒ정현진 기자

기공식과 축복식 주례를 맡은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거대한 규모의 해군기지에 비하면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는 깨알과 같은 존재”라면서도, “강정 앞바다에 항공모함과 전함이 즐비하더라도 우리는 이 사목센터를 통해서 끊임없이 무력을 통한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성토하고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강정마을은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됐으며,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와 공소가 강정을 평화의 마을로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축복하면서 많은 이들의 기도와 희생, 봉사로 열매 맺을 수 있기를 간구했다.

사목센터를 처음 제안한 문정현 신부는 우선 기공식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에도 성원한 이들에게 감사했다. 그는 “해군기지가 완성된 후, 강정마을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고민이 깊어 시작된 일”이라면서, “이 조그만 사목센터에서 생명과 평화의 담론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며 하느님께서 이뤄주실 것이라는 확신으로 세운다”고 말했다.

▲ 테이프 커팅에는 강우일 주교와 문정현 신부, 사제와 수도자 대표, 마을 주민과 지킴이 대표 등이 함께 나섰다. ⓒ정현진 기자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는 세상의 바람과 소망의 깃발을 항구한 등대로 바꾸는 것”

강정 생명평화 사목센터 설계는 '자비의 침묵 수도원', '성 안드레아 병원 성당', 피정센터 면형의 집 성당 등을 지은 이일훈 건축가가 맡았다.

이일훈 건축가는 사목센터를 세상을 향해 해야 할 말과 가치를 오래 지키는 등대와 같은 집으로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은 곧 정신”이며 사목센터가 지녀야 할 정신은 “단지 해군기지 반대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며 세상의 바람과 소망의 깃발”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목센터 건축을 위한 기금은 각 교구 정평위를 비롯한 일반 신자들의 모금으로 마련되고 있다. 박동호 신부는 “신자들의 십시일반이 하느님의 누룩이 되어 희망과 평화의 빵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사목센터 건립에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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