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연 토론 '교황 방한 이후', "수도자는 거룩한 종교 엘리트 아니다"

“정의의 과제가 미완인데, 사랑이 실현됐다는 말은 자기 기만이다.”

지난 27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교황방한 이후, 한국천주교회를 말한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교황 방한이 한바탕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참된 ‘복음의 기쁨’을 살리기 위해 한국천주교회의 과제를 새겨보는 자리였다.

▲ 지난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남녀 수도자 대표 이광옥 수녀(왼쪽)와 황석모 신부와 인사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이날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교회 리더십과 성직자들의 권력욕,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 자만과 시기심, 직분에 대한 욕심 등이 교회를 타락 시키는 주범”이라며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성찰할 것을 촉구했다.

박 신부는 교회 개혁의 중심 주제된 성직 중심주의의 현실을 비판했다. 원래 ‘성직 중심주의’라는 교계 제도는 주교와 교황이 인간의 신앙과 희망을 자신의 삶에서 생동감 있게 가질 수 있게 도와주도록 설계된 것이다. 박 신부는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고 말하며 “교황직분, 주교들의 통치, 사제들의 성사 집행권 등의 구조가 어지럽혀지고 타락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볼 것”을 강조했다.

주교들을 비롯한 교회 리더십은 원래는 복음을 안내하는 교사, 영성적인 도움을 주는 사목자, 재정을 비롯한 교회 자원을 사명에 맞게 관리하는 봉사자라는 세 가지 책무를 지닌다. 박 신부는 “가르침은 정통 교리의 주입으로, 사목은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봉사는 교회 재정을 보호하는 것으로 좁혀진다”고 교회 리더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회 리더십이 관계가 아닌 명령과 통제, 권력과 공포 아래 발휘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사목 현장에서 사람의 자리를 돈이나 인정욕구가 대신한 경우를 자주 봤다면서 “그러나 가톨릭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간, 인격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신부는 권위적인 교회 리더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려움이 지배하는 하느님과의 관계, 미성숙함, 의무적인 정결, 배타적인 남성 중심주의, 외로운 삶의 방식, 과도한 사생활 보호와 비밀주의 등”의 문화를 성찰할 것을 사제들의 과제로 남겼다.

박상훈 신부에 이어 성가소비녀회 강신숙 수녀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거룩함과 타인의 고통에 함께하지 않는 관상가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을 비판했다.

“수도자들은 거룩한 종교 엘리트가 아니다. 경건한 도피자도, 유능한 사업체 운영자, 혹은 관리자도 아니다. 수도자들은 시대를 탐구하고, 시대에 질문을 던지며, 시대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영적인 동반자로서 ‘길’이 되는 사람들이다.”

강 수녀는 “수도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체제, 정의를 억압하는 체제 등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자발적으로 변두리로 나아가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또한 수도자는 “사회나 공동체로부터 환영받는 순진한 순응주의가 아니라 더 큰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했다.

▲ 8월 16일 시복미사에 앞서 행한 카퍼레이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린 아이와 인사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강연에 참석한 이장섭 씨(충남 아산)는 “교황 방한 이후 급격히 교황 효과를 잃어가는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고민으로 뜨거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씨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톨릭교회의 중산층화나 성직자 중심주의 등이 거론됐지만 교회 제도의 품안을 벗어나 광야의 고행을 자원할 성직자와 평신도가 얼마나 될까?”라며 허전해 했다.

이어 이 씨는 교종 방한 전에 '복음의 기쁨' 세미나가 활기를 띠었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가 “참 기가 막히게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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