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인권침해, 군 자정능력 잃어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입니다. 군인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최근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으로 상징되는 군 장병에 대한 참혹한 인권침해 문제를 더 잘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민, 종교단체 연대조직이 발족했다.

▲ 9월 24일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 군인권공동행동)

오늘 발족한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군인권공동행동)’에는 윤 일병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와 지난 4월 창립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 11개 단체가 참여했다.

군인권공동행동은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대 내 인권침해를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 외부 감사기구 설립, ▲군인인권기본법 제정, ▲군 사법제도 전면 개혁을 주장했다.

또 군인권공동행동은 “최근 5년간 군대에서는 639명에 달하는 군인이 죽었다. 3일마다 한 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있는 셈”이라며 “여전히 군대는 억압과 부조리가 가득한 곳, 구타와 가혹행위, 그리고 성폭력이 만연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 내 인권침해 발생하면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와 구제절차보다 군의 입장과 판단이 우선시된다면서, “인권침해와 관련해 군대가 이미 그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어떠한 수단도 용인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인권공동행동은 첫걸음으로 30일 오후 7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윤 일병과 또 다른 윤 일병을 위한 추모의 밤’ 행사를 연다.

윤 일병 사망 사건은 지난 4월 숨진 육군 28사단 소속 윤 모 일병이 군 수사당국 조사 결과 선임병들로부터 상습적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병사 4명과 이를 묵인한 부사관이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군인권센터가 28사단과 6군단 헌병대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사건이 축소, 은폐됐다고 7월 31일 폭로하면서 사건의 영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8월 4일 사과성명을 발표하며 가해자 및 방조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사단장 징계,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병영 부조리 개선을 위해서는 관할부대 지휘관이 형량을 줄여줄 수 있고, 지휘관이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파견해 재판에 참여시킬 수 있는 군 사법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는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는 등 군 사법제도를 수술하기 위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구타, 가혹행위를 비롯한 인권침해의 진상규명과 구제, 재발방지를 위해 군인권 전문인력을 포함한 ‘군인권팀’을 8월 29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 9월 24일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 군인권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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