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은 교회를 쇄신했는가

정의구현사제단, 앞날을 논하다 (3)

사제단과 교회 쇄신_ 박기호 신부(산위의마을)

사제단 활동은 예수의 유업을 잇는 ‘구마 행위’이자 육화의 재현
교회 쇄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해 나가야...교육 사업 필요

마지막으로 박기호 신부는 사제단 활동과 교회 쇄신에 관해 성찰했다.

▲ 발표에 나선 산위의마을의 박기호 신부. ⓒ정현진 기자
“그리스도의 사제란 예수의 삶과 죽음의 고유성을 자신에게서 동시성으로 드러내고 실현하는 자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우리 시대에서도 계승되어야 할 유업이다. 하느님 나라 운동은 우리 시대를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탐욕의 악령을 추방해 창조적 삶으로 복귀시키는 운동이다. 사제단의 활동은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마귀를 쫒아내는 구마 행위다.”

우선 박 신부는 사제단 활동을 예수의 유업이자 한국 사회에서의 ‘구마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사제단 활동의 은사는 “거리와 광장, 아픔의 현장에서 육화의 신비를 재현한 것이며, 분명한 목표 세계를 갖고 일관적인 투쟁을 지속해온 것,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 왜곡된 계급 의식을 넘어 선 소명 의식과 순수성의 동기, 그리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신부는 이러한 사제단의 활동이 한국 가톨릭교회를 쇄신했는가라고 묻고, “교회 쇄신을 목표로 설정된 활동이 아니었기에 다소의 한계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교의적 지형의 확대, 각 교구 정평위 활동 활성화 , 교회 보수화 견제 환경 마련” 등의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신부는 교회의 보수화 흐름, 정치적 신심주의 보수단체의 출현을 차단해 온 것은 쇄신 이상의 기능이었다고 지적했다.

박기호 신부는 사제단의 긍정적 역할 뿐만 아니라 교회 쇄신 차원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짚었다. 그는 “고단한 광야의 예언자로서 가볍게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단의 역량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다른 일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성찰의 질문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조직화 차원에서 본당의 정의구현 사도직의 준거를 마련하거나 사회문제를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보게 하는 신학, 영성, 성화 교육 실현, 평신도 활동가의 양성, 국제적 연대와 교류, 합법적이고 민주적이며 충분한 논의 구조 마련, 사제단 활동 사제들의 품성과 태도에 대한 고민 등을 추후 사제단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박기호 신부는 무엇보다 사제단이 교육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활동에 참여하는 사제들의 양성과 일반 신자들을 위한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사회정의 실현 운동을 영성의 실천 운동으로 규정함으로써 신앙과 신심을 사회화시키는 교육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의구현을 위한 사제의 행동은 분노나 공명심이 아니라 영성의 행동화라는 확고한 믿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도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갈리고 교회도 두 진영의 깃발 아래 영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시대다. 루치펠 진영의 악령을 추방해야 하는 우리 시대의 확실한 영적 투쟁이 시작됐다.”

박 신부는 앞으로 사제단의 과제는 권력에 대한 저항에서 “국민의 이기심과 무지에 대적하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예수의 지상 소명은 악령을 추방하고 상처받은 자를 치유하는 것이었으며, 교회의 소명은 시대의 악령을 추방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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