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9월 22일 40주년을 맞아 기념 학술대회를 열고 사제단 활동의 앞날을 깊이 있게 모색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그 내용이 길기에 독자 편의를 위해 세 꼭지로 나눠 싣는다.

‘사제단의 활동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정치와 경제 민주화, 인권, 남북관계, 사제단과 교회 쇄신 등 5개 분야에서 지난 40년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 전망을 제안하는 자리였다.

각 주제별 발제자는 박명림 교수(연세대), 홍기빈 소장(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김도균 교수(서울대), 김연철 교수(인제대), 박기호 신부가 나섰다. 그리고 각 발제에는 김선욱 교수(숭실대), 최태욱 교수(한림대), 한인섭 교수(서울대), 이우영 교수(경남대), 이정배 교수(감신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의구현사제단 기념 학술대회 (1)

정치 민주화_ 박명림 교수(연세대)
경제 민주화_ 홍기빈 소장(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박명림 교수, “사제단 활동은 사회적 영성, 자기 혁신, 공공성이 만나 이루는 변화”

박명림 교수는 무엇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영성과 공공성이 만났을 때 한 주체가 자기 자신/종교와 세상/타자를 어떻게 함께 이끌고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꼽았다. 또 자기 혁신의 차원에서 자기 자신(종교)가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먼저 새로워짐으로써 전체를 새롭게 하는 ‘거듭남’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2009년 3월 28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행진하는 사제들 (지금여기 자료사진)

이어 한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 사제단의 주요 역할은 성소와 피난처, 연대와 연합의 중심 역할, ‘성당’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저항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선, 영혼의 안식과 위로,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념적 방어막이자 탈이념화의 선도, 국제 연대와 결속 등이었다고 들면서, 무엇보다 “시대 중심 의제의 전면적이고 선각적 제기와 각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사제단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제단이 모든 사회적 문제에 개입하고 참여할 수 없는 만큼, 의제와 사안의 판별과 구별이 필요하며, 모든 갈등 사안에 분명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기술과 사회의 진화에 대한 겸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북한 동포들에 대한 사회영성적 응답, 한국 청년들의 현실에 대한 사목 확장 등을 요청했다.

홍기빈 소장, 사제단의 경제관은 인간 발전을 위한 경제질서 지향
사제단, “부의 불평등은 사회 정의와 인간 해방 차원에서 반드시 지양되어야”

사제단의 경제관과 그 가치에 대해 발제한 홍기빈 소장은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통하는 경제 가치는 “경제는 인간의 발전”이라는 명제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70년대 성장 우선, 경제 제일주의에 대응한 것으로 “사제단은 물질적인 번영과 발전으로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는 사회적 환상을 깨기 위해 교회가 사회에 던져야 할 중심 메시지는 이러한 경제적 물질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성의 계발’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사제단은 생겨나던 당시부터 경제 성장이라는 물질주의를 앞세운 개발 독재에 맞서서 인간이 스스로의 소질과 가능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인간 계발을 경제 민주화 투쟁의 기본 정신으로 삼았다”면서, 이러한 경제관의 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사목헌장 그리고 이를 한국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 함세웅 신부 (지금여기 자료사진)

이어 이러한 경제관에서 특히 부각되는 두 쟁점은 ‘불평등’과 ‘인간 발전’이라면서, 사제단은 무엇보다 부의 불평등은 사회 정의와 인간 해방의 차원에서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규정했으며, ‘인간 발전을 위해서는 기층 민중이 주체적으로 스스로 조직하고 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기빈 소장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사제단이 갖는 경제관은 여전히 “인간 발전을 위한 경제 질서를 향하고 있다”면서, “사제단의 운동과 실천을 낳았던 경제관, 즉 물질적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의 발전을 ‘진정한 부’로 보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시장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큰 울림과 풍부한 사상적 원천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