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남북관계

정의구현사제단 기념 학술대회 (2)

인권_ 김도균 교수(서울대)
남북관계_ 김연철 교수(인제대)

포악한 법질서의 토대를 무너뜨린 희망의 공의

법과 인권, 정의 분야에서 사제단의 역할을 규정한 김도균 교수는 사제단의 활동을 “시대를 바꾼 정의의 힘, 포악한 법질서의 토대를 무너뜨린 희망의 공의(公義) 운동”이라고 봤다.

“소위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민주헌정을 배신적으로 파괴하고 국민의 의도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폭력과 공갈과 국민투표라는 사기극에 의하여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진리에 반대되는 것이다. 소위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국민이 최소한의 양보도 할 수 없는 기본인권과 기본적인 인간의 품위를 집권자 한 사람의 긴급 명령이라는 단순한 형식만 가지고 짓밟는 것이다.”(1974년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 혐의로 연행됐던 지학순 주교의 양심 선언 중)

▲ 김수환 추기경과 지학순 주교의 젊은 시절
유신 독재와 군사 독재의 법적 기반은 유신헌법, 긴급조치, 반공법, 사회안전법 등 각종 악법과 이를 정당화해 주는 율법주의(법실증주의)였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사제단은 악법 적용의 상황에 놓인 법률가들에게 악법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철학적 기초와 용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또 공동선과 사회정의를 향한 저항권의 정당성, 율법주의에 대항하는 자연법 논리, 대한민국 법질서에 내재하는 공적 법가치를 위한 기초와 통로를 마련해 법질서 쇄신을 위한 희망의 근거를 마련했으며 공동선에 기초한 정의와 인권의 이론적이고 실천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도균 교수는 사제단이 지금까지 지켜온 ‘공의’를 앞으로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황마다 다른 정의 관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적인 정의 관념, 공적 차원의 주장과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준인 정의 관념 사이에서 ‘공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권력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정의의 토양’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제단의 통일 운동, 교회 내 통일 관점을 선교에서 민족통합으로 전환

남북의 화해와 통일, 평화를 위한 사제단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김연철 교수는 우선 가톨릭 교회 내에서 사제단의 역할은 통일 문제를 다루는 관점의 전환이라고 봤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오랫동안 통일 문제에 대해서 민족의 재통합을 강조하거나 교회의 재통합을 강조하는 이른바 “사목적이거나 선교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었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 사제단이 통일 문제에 적극적 관심을 가짐으로써 “민족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1989년 임진각의 통일염원미사, 문규현 신부의 방북,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이어진다.

▲ 1989년 방북한 임수경과 문규현 신부(왼쪽 네 번째) (사진 출처 = 문규현 신부 홈페이지)

이같은 활동은 교회 내부 심지어 사제단 내에서의 갈등과 진통까지 불렀지만 사제단은 1989년 “남북한 상호 비방과 적대행위 중지, 평화협정 전환과 불가침 선언, 핵무기 철폐,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등을 주장하는 ‘민족 통일을 향한 우리의 시도와 선언’으로 입장을 결정했다.

김도균 교수는 국제 질서와 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 새로운 세대의 출현으로 민간 통일운동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제단에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화해를 위한 노력, 평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남북간 호혜적이며 상호 긍정적인 지속가능한 협력 체계”등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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