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촛불평화미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려

 

 

2월 2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4층강당에서 34차 촛불평화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는 이상윤 신부(한국남자순교복자수도회)와 이근상 신부(예수회)가 공동집전하였다. 1만명의 넘는 인파로 밀렸던 20일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직후라서 50명 남짓 모인 미사는 조촐한 편이었지만, 아무런 해결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용산참사 한 달째를 맞이하면서 드리는 미사라 숙연한 분위기였다.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운동을 했던 이근상 신부는 처음 이 미사에 참석하면서 "1980년대만 생각해서 젊은이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좀 당황했다"고 말했다. 미사 참석자들이 대부분 40-50대였기 때문이다. 이날 복음은 지붕을 뜯고 중풍병자를 내려보내 치료받게 한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마르코 21,1-12)였는데, 이 신부는 강론에서 "요즘 기도도 안 되고 노상 뜯겨나간 지붕만 바라보는 격"이라면서 "예전에는 중풍병자처럼 가난하거나 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했는데, 요즘은 가난하면 그저 깜깜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중풍병자가 지붕을 뜯고 내려 왔을 때,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런 인간들 안 봤으면 좋겠는데, 저렇게까지 해야돼!"하고 짜증을 부릴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죄인들이 깽판치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때 예수는 오히려 "네 죄가 용서받았다"고 선포했다고 전했다.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요즘 사람들은 죽어야할 지 살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가와할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면서 "예수는 그들을 측은히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우리가 힘이 있어서 모든 어둠을 몰아내면 좋겠지만, 예수는 우리에게 힘 없는 채로 그들과 함께 하라고 하신다"면서 "비 맞는 사람들에게 우산을 씌어주는 대신에 그들과 함께 비를 맞는 게 예수의 방식이었다"고 지적하였다. 

 

 

미사후 용산참사에 대한 다큐 영상물을 보면서 김덕진 국장(천주교인권위원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김덕진 국장은 "경찰은 아무 잘못이 없고 철거민들이 싸우다가 불질러 죽게 된 것"이라고 정부에서 몰고 가고 있으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지낸 한달 동안 정부는 어떤 보상이나 협상을 위해 한번도 접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철거민은 정부 입장에서 거의 '비국민'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중요한 것은 그들이 왜 망루까지 올라가야 했는지, 평소 평범한 호프집 주인이거나 상인이었던 사람들을 사지로 몰고간 이유를 묻는 것은 누가 불을 질렀는지 화재원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사후에 참석자들은 펼침막을 들고 명동에서 시청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으며, 용산 참사 추모행사가 원천봉쇄된 상태에서 다른 촛불들을 따라서 명동으로 삼삼오오 다시 돌아갔다.

다음 촛불평화미사는 2월 28일 서울 정동 품사랑갤러리에서 오후 4시에 봉헌될 예정이다.

 

두현진/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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