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8월 16일 124위 시복 미사가 열린 광화문 ⓒ교황방한위원회

5월 29일

-박춘식

주막 뒷방에서 십계명을 만난
삼강오륜이 머뭇거리더니 겸상을 한다
주인이 손님 되고
손님이 주인 되면서 하늘의 진리가
한반도에 내려와 참사랑으로 일어선다
느닷없는 모습을 보고
시퍼런 칼날이 어명으로 나타난다
그 칼을 안고
붉은 하늘 사랑을 보여 주면서
구만리 장천 구름 위로 오른다
5월 29일의 새맑은 령(靈)들이
서소문 밖에서 전주에서
공주 대구 원주에서 그리고
믿는 이들의 마음 안에서
뜨거운 불길로 오른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9월 22일)


124위 순교복자 축일이 5월 29일로 결정된 사유를 어디서 잠시 본 듯합니다. 날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고 순교자들께서 언제 어디서든 부르던 “예수 마리아”를 생각하면 5월은 성모님 성월이니까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 캄캄한 나라에 우리가 순교자의 정신으로 작은 빛이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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