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이 걸어온 길

정의구현사제단이 걸어온 길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회복, 사회 정의 실천을 위해 천주교 사제들이 결성한 단체” “결성 목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사제의 양심에 입각해 교회 안에서는 복음화 운동을, 사회에서는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해 활동하는 데 있다.” “주교회의 인준 단체가 아니며, (이 단체의) 활동이 한국 천주교회의 공식 의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펴낸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 자료집>에 실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한 설명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박정희 유신 독재체제와의 충돌 속에서 태동했다. 1974년 4월 박정희 정부는 “반체제운동을 조사한 결과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는 불법단체가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확증을 포착하였다”면서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했다. 이어 7월 6일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가 며칠 만에 풀려나 병원에 연금된 상태에서, 7월 23일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다시 연행돼 비상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시국에 대처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회가 거의 전 교회적으로 이어졌고 9월 26일 민주회복,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서울 명동에서 열면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의의 첫 번째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을 창립일로 기념한다.

정의구현사제단 관련 사제들이 유신 정권의 폭압을 비판하다가 구속되는 등 고초를 치르는 일이 1970년대 내내 계속됐다. 1976년 3월 1일 윤보선, 김대중, 함석헌 등과 함께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했던 서울대교구 함세웅 신부가 구속됐고, 1977년 10월 18일에는 안동교구 사제들이 긴급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었고, 이 때문에 류강하 신부와 정호경 신부가 구속됐다.

▲ 2010년 명동성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사진제공 = 정의구현사제단)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도 제5공화국 정권 하에서 인권과 양심이 짓밟히는 상황이 계속되며,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성을 부르짖는 정의구현사제단의 기도와 성명 발표도 계속됐다. 1987년 1월 14일 일어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정의구현사제단은 5월 17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며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제하의 성명을 내놓았고 이러한 활동은 6월 민주항쟁의 발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와 절차적 차원의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은 통일에 대한 논의나 다양한 시민사회운동과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고자 방북한 임수경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와 동행해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문규현 신부가 구속된 사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 2011년 11월 14일 대한문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 앞의 사제단.(사진제공 = 정의구현사제단)

1990년대 후반 이래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대북 인도적 지원, 삼성 비자금 문제 폭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낙선낙천운동, 한미행정협정(SOFA)과 F-X 사업을 비롯한 평화운동 이슈 등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천주교의 보수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정의구현사제단과 고위 성직자들의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평가도 받는다(공용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30년 활동의 정치적 평가’ 중). 2006-2013년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를 지낸 서울대교구 소속 전종훈 신부에 대해서는 2007년 삼성 비자금 문제 폭로 이후 2011년까지 3년 가까이 안식년 발령이 나와 ‘보복 인사’라는 논란을 빚었다.

▲ 9월 3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사진제공 = 정의구현사제단)

전 신부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뒤 2013년 3월 정의구현사제단 임시총회에서는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를 새 대표로 선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3년부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천주교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와 이날 강론을 맡은 박창신 신부가 북방한계선(NLL)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등의 발언을 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참고자료 :
정의구현사제단 Blog에 게시한 연표 http://blog.daum.net/sajedan21/21
나승구 신부 지금여기 인터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21
전종훈 신부 안식년 관련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57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용어자료집
정의구현사제단 제공 30주년 자료 중 공용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30년 활동의 정치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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