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자체에는 공감대, 흡연 이유부터 살펴야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정부의 ‘금연 종합대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김일순 한국 금연운동협의회 명예회장은 16일 협의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담뱃값 인상은 장기적으로 흡연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을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금연에 효과가 특히 높다”며 “그동안 서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해온 정책입안자들은 오히려 서민들에게 큰 불행을 주어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 정책을 과감하게 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담배세금 인상 찬반 토론회’에서  “여러 나라 사례를 볼 때 담배 구매력과 흡연율 간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0년 자료를 인용해 담뱃값이 1만3000원이 넘는 아일랜드 남성 흡연율이 31퍼센트인데, 담뱃값이 아일랜드의 1/4 수준인 헝가리의 흡연율도 31퍼센트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 서울의 한 교회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편 정부가 내세운 ‘국민건강 증진’은 겉으로 내세운 명분에 불과하며 진짜 목적은 ‘세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12일 개인 블로그에 쓴 글에서 “정말 국민 건강 증진이 정부의 주관심사라면 왜 담뱃값을 8000원이나 1만원으로 올리지 않고, 세수가 가장 늘어날 가격인 4500원으로 인상하느냐”고 물었다. 또 “담뱃값을 올리는 것보다 효과가 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담뱃값 경고그림 게재는 왜 아직까지 추진하지 않는가. 그토록 국민 건강 증진에 관심 있는 정부가 왜 지금까지 거둔 국민건강증진기금 가운데 1퍼센트만을 금연사업에 써왔는가” 물으며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이런 행태를 보면 결국 정부의 명분과는 달리 속내는 펑크난 세수 메우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과 치유를 목적으로 설립된 천주교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의 김지연 실장은 1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 중심의 금연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흡연율이 높은 이유와 이로 인한 문제, 또 흡연율 감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고, 거기에 비용은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게 충분히 준비됐다면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입장에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조대웅 씨는 “나는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찬성하는 편”이라면서 “담배 가격 인상 때문에 가계 부담이 돼 담배를 끊거나 줄인다면 본인 건강을 위해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흡연자라고 밝힌 이동화 신부(부산교구)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담뱃값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부자들에게 몰아주고, 서민들을 쥐어짜는 정책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16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방향이 증세로 바뀐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데 대해 “웃긴 이야기다. 사실은 증세다”라고 반박하며,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지키지 않고 증세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금연 종합대책’은 2015년 1월 1일부터 현행 2500원 짜리 담배 기준으로 담배 가격을 80퍼센트인 2000원 올린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담뱃값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물가연동제와 함께, 담뱃값에도 개별소비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고 금연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예산을 대폭 확대해, 현재 43.7퍼센트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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