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박 신부 소명 요청 거부, 박 신부는 비대위 구성

작은 예수회 설립자 박성구 신부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휴직(정직)을 명한 인사발령과 교령에 대해 박 신부가 제기한 소명 요청을 서울대교구가 6일 만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박 신부도 이에 대해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취재 결과, 지난 8월 22일 박 신부에게 “휴직, 곧 정직 제재(교회법 제1333-1335조)의 교정벌을 부과”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교령 발표에 대해  박 신부가  제기한 청원서를 서울대교구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9월 2일 박 신부에게 발송된 ‘2014년 8월 27일자 박성구 신부의 청원서에 대한 답변’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조규만 보좌주교는 “이번에 신부님께 보내진 교령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교구장을 포함하여 여러 책임자들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으로서 교령을 취소하거나 정정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신부님의 청원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또 조 주교는 “이번 교령은 그간 신부님께서 노력하셨던 모든 노고를 감안하여 내린 조치”라며 “이런 조치를 통해 신부님께서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셨던 작은 예수회 수도 공동체와 수도자의 삶을 살기 원하는 회원들의 생활이, 애초 신부님께서 지향하셨던 목적을 향해 더 합당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부님 개인의 지향과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이제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교회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교구장의 판단에 순명하시기를 다시 한 번 더 권고한다”면서 “교구장이 내린 교령은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않았으므로 교령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후임자에게 필요한 인수인계를 실행해 주시고, 교구청 숙소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9월 1일 서울대교구는 박 신부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용태 신부, 사회사목국장 정성환 신부, 박성구 신부 등 세 사람 앞으로 보낸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 인계인수’ 공문에서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인사발령에 따라 업무 인계인수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정성환 신부는 인계인수 입회인 자격이다.

그러나 박성구 신부는 조 주교의 권고와 인계인수 지시를 다시 한 번 거부했다. 박 신부는 9월 3일과 4일에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번 9월 2일자 공문 역시 너무나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협박성의 공문이기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4일자 편지에서는 ‘정직 제재’를 부과한 교령과 업무 인계인수를 지시한 공문 등이 “한국 천주교 공문 역사상 최악의 공문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 박성구 신부 ⓒ한상봉

또한 “교령의 잘못된 내용에 대한 청원을 하루 빨리 받아 주시고, 그 답변을 상세히 해 주시길 바란다”며 “터무니없는 후임자와 인계인수에 대한 실행의 협박은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박 신부의 측근인 권오은 요셉의 집 사무국장은 1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대교구와의 갈등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박 신부 중심으로 15일 구성했으며 같은 날 이 사실을 서울대교구에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 사무국장은 박성구 신부가 경기도 가평군의 작은 예수회 사제관에 주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박성구 신부는 지난 8월부터 꽃동네 반대 활동, 정직 제재의 부당성 등을 알리는 <진실의 소리신문>을 인터넷(www.votnews.net)과 인쇄물로 펴내고 있다. 권 사무국장은 박 신부 측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이번 인사 조치가 잘못됐다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운영하는 ‘한국 천주교 주소록’ 인터넷판(directory.cbck.or.kr)에는 17일 현재 박 신부가 설립한 ‘작은 예수 수도회’ 원장과 ‘작은 예수 수녀회’의 지도신부는 김용태 신부로 표기돼 있다.

작은 예수 수도회와 작은 예수 수녀회는 박성구 신부가 1992년 설립했으며 박 신부 자신이 제1기 수련자로 1998년 종신서원을 했다. 주교회의가 올 4월 발행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3"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작은 예수 수도회는 회원 수 7명, 작은 예수 수녀회는 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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