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순교자 성월에

-박춘식 

첫사랑의 미소를 그리면서
서낭당으로 간다
장승같은 풋사랑으로 위안을 받고
납작한 돌 하나 돌탑에 끼워 넣는다
두 손을 비비면서
귀신이란 귀신을 두루 올려다본다
그윽한 어느 초저녁
천주실의를 만나 밤을 지새워 가며 궁리한다
만날 쳐다보던 하늘이
그저 멀겋게 비어 있는 하늘이 아니라
하늘에도 눈이 있고 입이 있고 귀가 있고
생명이 있고 부활이 있고
‥‥‥‥
끝없는 끝사랑으로 순교를 껴안는다
구월의 하늘을 뚫는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9월 15일)

▲ 콜로세움의 그리스도교 순교자들. 콘스탄틴 플라비츠키(1830-1866)

우리나라 순교자들께서 천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하느님께서 좀 별나게 챙기시는 듯합니다. 103위 성인 반포도 교종이 서울에서 그리고 124위 복자 반포도 교종이 서울에서 하였으니 다른 나라에서 시샘할 것 같습니다. 순교자들을 많이 모시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교자 후손답게 순교정신을 깊이 가지는 일인데 그 일이 참 어렵습니다. 물질적인 풍요와 개인주의 심화 또 모든 일이 편안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교정신으로 무엇보다 먼저 <천천히 하기><불편하게 살기><자연을 정성으로 돌보기> 등을 실천 노력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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