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이 잔잔하네요.
잎새 모두 떨구고 나니
뒤척일 손발을 다 버리고 나니
갈채도 없고 환호성도 들리지 않네요.

그러고 보니
바람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잔잔한 게로군요.
날 흔들어 대는 게 왜 없겠어요.
모두 주고나니 마음마저 텅 비어 고요하네요.

내 살갗 그대로
내 뼈대 앙상한 그대로
그대로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부끄럼 없이
아니, 부끄럼 모른 체 하며
잠깐 견디고 싶네요.

속속들이 사랑하는 사랑을 얻기 위하여
낱낱이 가감없이 사랑하는 사랑을 위하여

겨우내 잔 햇살만으로도 온기를 느끼는
겨우내 내리는 눈발마저 맨몸으로 느끼는
그런 나무들 그리고 숲이 되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그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상봉 2007.12.27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