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더 크게 움직이겠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던 정의구현사제단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단식 기도회’가 11일 째인 9월 4일 마무리됐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은 이날 오후 6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잠시 기도의 자리를 접지만,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침잠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면서, 끝까지 유가족들의 거룩한 분노에 함께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9월 4일 오후 6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11일간의 단식 기도를 마무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사제단은 지난 8월 25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단식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9월 1일 유가족과 새누리당의 3차 면담이 결렬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제단은 단식 기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장동훈 신부는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단식 기도만을 이어갈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사제단은 3일 단식 중단을 예고하면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를 아우른 공동 대응 기구를 구성하고 더 큰 ‘들불의 기도’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세상이 200여년전 순교자들이 꿈꾸었던 세상과 참으로 닮았기에 이 분들 옆에 더욱 더 함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리고 참다운 인간을 살고자 하는 같은 꿈을 꾸기에 이 거룩한 분노에 한 마음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나승구 신부는 보상이나 특별대우가 아닌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노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거룩한 분노’라면서, 그들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착실히 듣고 실천하는 제자들이 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나승구 신부는 지난 8월 16일 124위 시복식을 언급하면서,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싸워야 할 의미를 찾았다. 나 신부는 “그 자리는 순교자들이 꿈꾸던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우리도 찾아 살아야 한다고 선포하고 요청한 자리였다”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진실과 세상은 200여년 전 순교자들이 꿈꿨던 세상과 닮았다. 같은 꿈을 꾸는 우리는 더더욱 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식 기도 기간 내내 광화문 미사에 참석했던 김정훈 씨는 이날 미사에서 개인적 소회를 나눴다. 그는 침묵은 중립일 수 없고 불의를 막을 수 없으므로 함께 기도하는 길을 택했다면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억울했지만, 정의와 평화를 희망하며 걸어가다보면, 하느님께서 길을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부님들, 수녀님들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저희 가족들에게는 크나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될 때가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계속 이 가르침을 가슴에 세기고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또 유가족 대표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간의 기도에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142일이 지났고, 국회와 광화문 50여 일, 청운동에서 14일째 농성중인 가족들은 곧 다가오는 추석도 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견디는 것은 슬픔에 빠진 우리 곁에 있어 줬던 분들의 얼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또 단식 기도를 이어온 사제, 수도자들에게 “하느님을 믿는다는 말이 단지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행동을 지키는 것임을 몸소 보여줬다”면서, 가족들이 지치고 힘들지만 그 가르침을 기억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훈 신부는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만, 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갈 유가족들을 잊지 말고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규현 신부는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14일째 노숙 농성 중인 청운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2일 정기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교회 차원의 활동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또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기도회 등을 진행하거나 준비중이며, 각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들도 각각 개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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