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정선 교수

 

노정선 교수

노정선 교수(연세대학교)는 정년을 1년여 앞두고 있지만 이곳 필리핀 일로일로 섬에서 2월 8일-13일까지 열린 6차 아시아신학자 대회(the Congress of Asian Theologians, CATS VI) 바로 얼마 전에, 지구 반대편 브라질 동북쪽 아마존강 유역의 벨렘(Belém)에서 열린 “세계 해방신학 포럼”(World Forum on Theology and Liberation)에 참가하고 내리쳐 이곳까지 왔다. 지구를 종횡무진 내달리는 열정이 묻어 나올만도 한데 그의 표정은 오히려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1000여명의 신학자들이 배낭을 메고 몰려들었어요. 대부분이 청년들이었고, 전 거기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의 첫 일성은 “희망”으로 시작했다. CATS VI 본회의 마지막 날 잠깐 짬을 내어 그의 말을 더 들어보았다.

황경훈: 신학자 대회를 간단히 개괄해 주시지요.

노정선: 주제는 “또 다른 가능한 세상을 위한 물, 땅, 신학”(Water, Earth, Theology- for Another Possible World"으로 아마존강 유역 벨렘이라는 도시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아마존 지역의 넓고 생태적으로 보존상태가 그래도 양호한 세계의 몇 안되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생태 문제 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 정치 문제 등을 다양하게 다뤘다.

주요 발표자인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가 첨단 과학장비를 이용해 뽑은 자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지구가, 물이, 흙이 죽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잘 정리해 보여줬다. 또 그는 자연 자원에는 한계가 있는데 인간이 그 한계를 보지 못하고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태문제는 해방신학자 모임이 처음열린 2001년부터 줄곧 다뤄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와 다른 내용이 있습니까?

최근의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료의 집적 정도이지 기본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보프의 발제는 인간이 직접 나서서, 간섭해서 자연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나는 논평을 통해서 그것이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인간중심적이라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했다.

보프는 우리 인간이 우주나 자연을 인식함에 있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인식 및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인간의 개입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신토불이적 동양적 사고에서는 그러한 견해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우선 인식하고 접근해야지 간섭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은, 인식론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보프를 포함해 1970년대에 만들어진 “로마 클럽”(Club of Rome)에서는 자원이 한번 고갈되면 생태계가 끝장나므로 이를 인간의 개입으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제는 그런 관점이 반드시 지지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곧 석탄이나 석유가 고갈되면, 바람이나 수소나 산소나 다른 자원을 활용한다는 좀 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프가 너무 1970년대에 묶여 있지 않냐고 비판적으로 논평했다. 

유니온 신학교의 정현경 교수도 발제자였다고 들었는데요?

마지막 날 정현경 교수가 발제를 했다. 생태여성주의 입장에서, 나아가 자신은 한국에서 나온 ‘살림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전개돼온 생태여성주의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한 정도였고 새로운 주장은 없었다. 동성애에 대한 주장도 있었지만, 신학적으로 더 진전된 것은 없었고, 동성애를 신학적으로 단죄해서는 안된다는 정도였다고 기억된다.

둘째날에는 인권과 토착민의 문제에 대해서 여러 종족이 나와서 얘기를 했고 나도 20분정도 한국에 관해 얘기했다. 요지는 말하자면, 5천년 동안 한반도는 98%가 원주민의 공동체였는데 200년전부터 일본이 쳐들어와 명성황후와 고종을 살해하고 미국은 '태프트-카츠라' 밀약으로 일본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기독교 선교사들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데 앞장서고 정신대 성노예를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한국전쟁도 소련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원주민인 한국인이 대리전쟁의 희생양으로 살상당한 것이므로 강대국들이 우리 민족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을 이어 통일문제까지 얘기했다. 

참가자들의 다른 주요 관심사는 뭐가 있었습니까?

버락 오바마에 대한 희망을 많이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알카이다 공식 대표가 텔레비전에 나와 오바마를 "길들여진 흑인"(domesticated negro)이라고 논평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2만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이들은 러시아와 10년 동안 싸워 이를 몰아내고 미국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저항하는 독립운동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이들을 살상한다는 것은 원주민을 죽이는 것이기에 옳지 않다고 본다. 이란이나 이라크 또 우리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는 주요 강연에서 다뤘고, 지역별, 주제별로 약 100개의 그룹이 조직돼 신학적 이슈에 대해 논의했는데 신학에서 나올 말들은 다 나왔다고 보인다.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이나 구조적 가난의 문제를 죄악시하면서 출발했는데, 지나치게 생태신학으로 흘러서 자칫 현실적인 가난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보프의 강연에서는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은 미약했다. 자원의 독점과 빈곤의 재생산이라는 배경 아래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라는, 오바마의 표현대로라면 “미국의 욕망의 극치”가 세계경제를 더욱 더 타락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회개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크게는 단극적인 미국 자본주의의 틀거리를 바꾸는 문제, 곧 러시아의 부상과 유로의 등장으로 이런 문제가 가능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미국 자본주의를 뜯어 고쳐낼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보았다. 이런 부분이 보프의 강연에는 부족했다. 

앞으로 세계 해방신학 대회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생태 문제를 다룸으로 해서 실제로 혁명적인 분위기는 수그러들어 보였다. 그래서 북한문제를 많이 제기했다. 왜냐면 1996년 뒤로 350만명이 굶어 죽었는데, 여기에는 북한을 악마라고 신학적으로 저주하는 신학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미 강량욱 목사 중심의 토지개혁 신학, 곧 인민신학이 나왔기 때문에 북한을 싸잡아 악마라고 신학화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콜린 파월이 1992년 청문회에서 카스트로와 김일성이 “작은 악마들”이라는 발언을 했고 이어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다.

신자유주의 아니면 다 죽이려는 정책은 잘못됐고, 종족, 부족 중심의 경제나 다른 경제 방식도 함께 공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는 건강보험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5000만명이나 되지만 반면 잘살지 못하는 쿠바는 무료로 모든 국민이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하니까 참가자들이 박수를 많이 쳤다. 이걸 보면서 해방신학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빈곤과 가난의 문제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이번 대회가 다른 대회에 비해 성과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지난번에는 150여명이 모였고 조직도 잘 안 됐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1000명이 모였을 뿐만 아니라 이어진 사회포럼에서는 12만명이 모여 2000개 주제를 놓고 참가했고 대부분이 청년이었다. 이것이 커다란 대안세력이고 때문에 미래가 밝다고 본다. 

6차 아시아신학자 대회(CATS VI)와 해방신학 대회를 비교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CATS 모임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신학자들이 아시아차원에서 100여명이 모인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불행하게도 한국교회가 시장경제를 추종해서 물량이나 교인수를 늘이는데 급급하고 있고 또 종교권력화하면서 집권층과 결탁하면서 예언자적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 모인 이들은 그래도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려하고 종교권력의 타락을 견제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쉬운 점은,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처럼 공산권이 거의 초대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세계교회협의회는 참석하는데, 아직도 몇십년 동안 아시아차원에서는 아직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이 모임은 그저 집안모임 정도를 탈피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여성매매춘 문제가 커다란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문제만 지적했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다른 나라, 이를테면, 북한처럼 매매춘이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여성정책을 펴고 실행하고 있는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도 반공이라는 냉전 이데올로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이유든 다른 이유든 이들을 무시하려고 드는 태도 때문이다. 이런 점이 극복될 때 이 아시아신학자 모임도 더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황경훈/ 아시아신학연대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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