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톨릭 신문 NCR 발행인

톰 폭스(Tom Fox)는 미국의 최대 가톨릭 언론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 National Catholic Reporter)의 발행인이다. 폭스는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취재 차 한국에 왔다가 12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가톨릭 언론, 미국 교회,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 전망 등에 대해 들어 본다. 1944년 생으로, NCR 편집장을 17년간 맡았던 톰 폭스는 NCR 신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뒤의 교회와 함께 20세기 미국 교회를 요약하는 세 요소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기도 한다.

대담 : 한상봉 주필 / 통역 : 황경훈 편집위원 / 기록 : 강한 기자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이하 NCR)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소개를 부탁한다. 왜 NCR이 만들어졌나?

▲ NCR 발행인 톰 폭스 ⓒ강한 기자
톰 폭스 : (NCR은) 올 10월에 50주년이 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중간에 설립된 것이다. 특별한 점은 평신도들이 만들었고,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어떤 곳에서도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일반 언론이 사건 취재를 다루듯이 가톨릭교회를 똑같은 관점에서 팩트를 갖고 접근한다. 정의, 사회, 인간존엄, 생태, 여성, 온갖 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에 교회 문제를 섞어서 보는 게 아니라, 팩트는 팩트대로 다루되 교회 문제는 따로 다룬다.

그동안 예상보다 크게 성장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 언론사라고 말한다. (교회) 주소록에도 없는 이유, ‘반교회적’이라고 공격받는 이유는 정신이 나빠서가 아니라 30년 동안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계속 다뤄왔기 때문이다. 나는 1980년부터 편집장을 맡았다.

―운영은 어떻게 하는가? 어떻게 재정을 확보하는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간지로 나오다가 인터넷이 전면화되면서 격주간지로 바꿨다. 현재 격주간지 신문 독자는 3만 5000명인데, 인터넷 독자는 한 달에 200만 명을 넘고, 하루에 3만 5000명 정도가 본다고 보면 된다.

재정 조달은 1/3은 (인쇄본 격주간지) 구독료에서 나오고, 1/3은 기부금, 1/3은 광고에서 나온다.

13년 동안 연속으로 ‘가장 우수한 가톨릭 정론지’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가톨릭 매체는) 교구 수준에서는 무척 많고, 전국 단위에서는 4개 정도가 되는데, 연속으로 13년 동안……. 이는 바깥에서, 언론사를 평가할 때 나온 것이다. 교계 언론 중에서는 NCR을 질적으로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

―제도권 교회와의 갈등은 없는가?

우리는 주교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교를 비판한다. (교회의 인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교들이 (NCR을) 싫어하지만, 또 대부분은 (NCR을) 읽는다.

―교구나 제도권 교회 취재할 때 어려움이 있지 않나?

CNS(Catholic News Service, 미국의 가톨릭 통신사―편집자)의 정보도 있고, 수도회가 하는 비슷한 통신사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는 많다. 리포팅은 그것을 바탕으로 직접 한다. 그런 문제는 전혀 없다. 주교회의라 하더라도 인가, 비인가에 관계없이 취재에 응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오는데, 교황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교황청 개혁 문제다. 교황청 개혁에 대해 몇 가지 제스처는 있었는데, 확실한 변화는 없다. 그 경과에 대한 생각은?

교황 프란치스코는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교황이)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복음의 근본정신에 대해 성경으로 돌아가 주교든 신부든 가르치려 하는 것이고, 높이 평가한다.

교황이 8인 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을 논의해 왔는데, 개혁이 어떻게 될지 실제로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오는 10월에 열리는 주교시노드 뒤에 약간 드러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난을 말하고 성서의 예수로 돌아가고자 하는 급진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교황의 관점에서 보면 방한 일정 자체가 서글프다. 이 일정은 교황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다.

교황청 개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동안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명이 개혁해 내기에는 (개혁 대상이) 너무나 버겁고 강고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혼자서 애를 많이 쓰고 있고, 개혁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주교시노드 이후일 수도 있고, 그러나 어찌 될지 모른다. 교황 방한 일정도 이렇게 짜여 있지만 어떻게 바뀔지 또 모르지 않나?

▲ 지난 12일 NCR 발행인 톰 폭스(오른쪽 두 번째)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 등을 만나 취재하고 있다. ⓒ변연식

35년 동안 아주 보수적인 전임 교황들이 임명한 주교들이 바티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있다. 겉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겠지만, 마음속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청 개혁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혼자 힘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 보수적인 주교들은 복종하고 순종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할 수 있는 만큼 (교황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나 주교들에게 군중 속으로 들어가고, 민중과 더불어 살면서, 그 사람들의 체취를 맡고 함께하라고 말했다. 양의 냄새가 나도록. 여러분 스스로 물어보라. 여러분의 주교는 밑으로 내려와서 양들 사이에 있는지.

양처럼 바닥으로 내려와서, 동료 양들의 냄새를 맡으려 하는 자는 교황의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겉으로는 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한국 주교들을 판단하려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교황이 오기에 나는 언론인으로서 보도하려고 온 것이다. 거기서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전할 수 있다.

―교황청 개혁 전망이 그러하다면 다른 방법은 없나? 워낙 반대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그룹이 많다. 교황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이고, 자기가 생각하는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쓸까? 교황은 예수회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개혁은 더디게 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끝까지 갈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으로의 기간을 나눠 전략,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성령에게 맡긴다고 본다. 그리고 성령이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것을 나는 믿는다. 그렇게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미국 여성수도자 지도자회의(LCWR)가 교황청,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안다. 여성사제 문제가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미국 수녀들과의 관계 문제를 교황이 어떻게 풀까?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수도자 단체와의 관계를.

미국에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그렇게 급진적인 수도자가 없다. LCWR에는 여성사제에 대해 그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강조하지도 않는다. LCWR이 만들고자 하는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들고자 하는 교회와 같다.

문제는 게르하르트 뮐러 신앙교리성 장관은 전에 임명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고 보는 것이다. 그는 신앙교리성 장관이지만 교황의 측근이 아니다. LCWR도 교황이 (LCWR을 공격하는 신앙교리성 장관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오히려 교황의 측근이고 힘을 많이 실어주는 사람은 브라질 출신의 수도회성 장관인 아비스 추기경이다.

―뮐러가 구티에레즈의 친구이고 해방신학자라는 말 때문에, 교황의 노선과 뮐러의 노선이 비슷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해방신학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뮐러 얘기도 연관해서 나눠도 좋을 것 같다.

복잡하다. 교황과 뮐러는 같은 바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같은 것은 아동 성추행 문제다. (이에 연루된) 주교나 신부들을 추적해 제재하는 것은 뮐러가 철저하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해방신학적 관점을 갖는 것이 비슷하다.

그러나 온건한 LCWR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뮐러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LCWR의 교회관은 같다.

―뮐러와 관계없이 해방신학 자체에 대해 교황이 갖고 있는 견해를 간단히 말한다면?

나는 (교황이 해방신학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신학의 방법론은 바닥에서부터 출발해 신학적 성찰을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토미즘(토마스 아퀴나스 신학)은 도그마로부터 와서 내려가는 것인데, 그런 것과 관계없다는 점에서 해방신학에 대해 적극적이다.

―교황 방한이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언제가 적절할까?

여행이 끝나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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