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행 교황, "교황 사임은 예외 아닌 제도적 선례"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동승한 기자들과 한 시간 넘게 현재 교황청과 관련된 세계 각지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첫 번째 질문을 한 한국인 기자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교황이 보여준 연대 태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염려하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자신은 “사제이고, 그래서 당연히 고통받는 사람을 가깝게 여긴다”면서 “(당신도) 형제, 자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을 겪은 한국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월요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을 이야기했다. “이 여성들이 소녀일 때 군대 막사로 끌려갔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기자들에게 권했다. 또,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염수정 추기경의) 가시면류관 선물을 언급하면서 남북분단으로 인한 고통이 끝나기를, 이산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순교자와 비슷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숨은 그리스도인"을 위해 일본을 방문해 기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일본 정부와 일본 교회가 자신을 초청했으며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멋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 가정대회 등, 세계 각지에서 방문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그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번 한국 방문 전에도 베네딕토 교황을 찾아가 몇 가지 신학적 문제를 토론했다면서 자신이 베네딕토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자신은 기도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사임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네딕토 교황이 "예외적"이 아니라 "제도적"인 (교황 사임)의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 8월 17일 아시아주교들과의 만남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방한위원회
그는 자신의 드높은 인기에 대해서도 "인기란 오래가지 않는다, 2-3년 정도"라면서, 그리고 나서 자신은 "하느님의 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올해 77살인 그가 베네딕토 교황의 선례에 따라 죽기 전에 사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미국의 이라크 폭격과 관련해 "이슬람국가" (IS) 근본주의자가 그리스도인과 소수 종교인들을 박해하고 있는데,  불의한 침략자를 "저지"(halt)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폭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과거 수많은 강대국이 불의한 침략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정복전쟁을 일으켰는가를 상기시켰다. 그는 따라서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나라가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유엔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근래 일상화된 전쟁에서 보이는 민간인 살상 등 "참혹함"과 "고문"을 개탄하면서, 고문은 윤리적 죄이며 "중죄"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6월 8일 교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바티칸으로 초대해 열었던 평화기도회를 “실패가 아니었다”고 평가하면서 두 지도자가 궁극적으로는 평화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며 전쟁 중이기는 하지만 협상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중국에 대한 의견, 현재 작업 중인 회칙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각각 중국의 고귀하고 현명한 인민을 위해 깊이 기도하고 있다며, 마테오 리치 등을 언급하며 중국과는 항상 연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회칙에 대해서는 창조, 생태 관리를 다룰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쁜 스케줄 중에 시간이 나면 어떻게 쉬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별도의 휴가는) 1975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예수회 동료들과 휴가를 간 것이 마지막이었다면서, 쉴 시간이 나면 "더 자고, 좋아하는 것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기도를 좀 더 하고... 지난 7월과 8월에도 좀 그렇게 했고 그걸로 좋다"고 했다.

한편 그는 그가 (이번 한국 방문처럼) "주변부에서부터" 일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곧 알바니아를 방문한다는 평에 대해 자신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 알바니아가 과거 공산국가 중에서도 유독 무신론을 실제 강행했고 1820개의 교회를 파괴했던 나라이기에 갈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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