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영전에
그대 가시는가
온 적 없이 간 적 없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그대 오늘 가시는가
한 때의 사자후도
한 때의 아쉬움도
남은 인간들의 부질없는 편 가름일 뿐
그대 오늘 가시는가
올라가시는가
내려가시는가
그대 어딜 가더라도
마른 등걸 같은 민중의 손길을 잡아주오
그대 어딜 가더라도
새벽에 영문 모르고 잠깬 벗들의 길이 되어주오
이른 봄, 길 떠나는 님이시여
여기 아직 추위에 떠는 이 있을지라도
걱정 말고 가소서
여기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는 이 도처에 있을지라도
염려 말고 가소서
또 한사람 길을 나서니
그 길을 본다
새봄 하늘 품에 안기는 님 바라보며
無心한 하늘을 그린다
님이여, 가소서
온 적 없던 간 적 없던
그곳에서 다시 만나리니
훠이훠이 가소서
사랑했었습니다
사랑했었습니다
김유철/ 스테파노, 마산교구 가톨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