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안에서 사랑의 이중 계명 따르자"

광화문에서 16일 진행된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과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먼저 한국 교회가 선교사 없이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점을 상기하면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 시복식 미사를 위해 준비된 성합ⓒ김용길

이어 그는 오늘 미사 주제로 쓰인 복음구절(요한 17,11-19)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를 설명하면서, 예수님은 우리들 제자를 거룩하게 하고 지켜 주시기를 하느님 아버지께 간청할 때 “우리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를 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미 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여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게 하였고, 바로 여기에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의 대세를 따르라는 세상의 도전을 받을 때 순교자를 보며 “우리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 생각”할 것을 권고 했다.

 

▲ 124위 시복미사를 위해 모인 가톨릭 신자들 ⓒ김용길

그는 또한 한국 순교자들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이중 계명을 서로 분리하는 것을 거부하고 당대의 불평등 사회구조에 맞서 서로 평등한 형제적 삶을 살았다고 찬양했다. 그는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사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순교자의 모범을 배울 것을 권했다. 이는 쉬운 말로 신앙과 사회실천을 분리하는 경향을 물리치는 것이며, 교황은 이번 강론에서 오히려 그러한 순교적 실천의 끝에 진정한 복음적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수 없이 많은 무명 순교자, 특히 지난 20세기에 그리스도 때문에 이름 없이 죽거나 박해 받은 순교자들을 기린다면서 현대 사회에서 한국인과 세계 모든 이들이 받은 고통을 연결시켰다. 이는 전쟁과 혁명, 군사독재 등 수많은 사회갈등으로 점철된 지난 20세기의 역사 속에서 세계 각지에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을 이르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 미사에 앞서 서울 서소문에 있는 순교성지를 참배했다. 서소문은 조선 시대에 천주교인을 비롯해 많은 죄인들이 참형을 당한 곳이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9시 20분경 덕수궁 대한문 부근부터 광화문 앞을 거쳐 행사장 전체를 한 바퀴 돌며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특히 이순신 장군상 앞에 자리잡은 세월호 유가족 천막 앞에서는 차에서 내려 유족 김영오 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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