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한국 신자 대중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됐다. 이 미사에는 신자와 수도자, 사제, 5만 여명이 참여했다. 광복절인 8월 15일은 천주교에서는 성모승천대축일이기도 하다.

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로 경기장 안을 돌며 신자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애인들이 보이자 퍼레이드카에서 내려 직접 인사를 나눴다. 또 미사 직전에는 제의실 앞에서 10명의 세월호 유가족과 만났다.

미사는 10시 40분쯤 시작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성모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이르면서, 그 자유는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게 만들며,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가득한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라고 말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하여 ‘여성’과 주로 연관 짓는 것과 달리, 교황은 이번에는 마리아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으로서 영적 자유와 희망으로 세상을 바꾸는 존재임을 부각시켰다.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교황은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에게 간청하는 기도를 통해 한국 신자들에게 우리 모두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할 것과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 그리고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도록 해 줄 것을 간구했다.

또 모든 신자들에게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과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경제 모델을 거부할 것 그리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이들의 존엄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도록 촉구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 천주교인들이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았으며, 그 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새롭게 회개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모든 약속은 성모님 안에서 진실하게 드러났으며, 성모님은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복음이 제시하는 이 희망은 고통과 허무를 겪는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는 절망에 대한 해독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사에 앞선 식전 행사로는 가수 인순이와 성악가 조수미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교황은 애초 헬기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상황으로 교황은 KTX를 타고 9시 45분쯤 대전역에 도착, 20여 분 거리인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미사를 마치며 교황은 삼종기도 말씀을 전하며 특히 세월호 침몰 사건을 언급했다.

교황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국가적 대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성모 마리아에게 의탁했다. 이어 교황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다면서,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서로 확인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광복절을 맞은 한국과 그 국민을 지켜달라고 간구하면서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여한 이들을 위해서도, “하느님의 복된 계획에 따라 평화로운 세상의 새벽을 알리는, 기쁨에 넘친 전령이 되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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