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측 배려에 감사, 네 차례 교황 만난다

▲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둔 13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희생자 · 실종자 ·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을 향한 염원에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교황과 가톨릭 신자들 그리고 모든 국민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참사 재발 방지를 바라는 소망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교황 방한 하루 전인 13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희생자 · 실종자 ·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권 대책위원장은 국가와 대통령, 정부, 국회의 존재 이유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1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수색 구조와 진상규명, 생존과 치유를 위해 애원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최후까지 최선의 수색 진행,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에 대한 치유, 국민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 등을 위해서 교황과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교황 방한이 생명을 존중하는 가톨릭의 가치, 인류 보편의 가치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호소문 낭독에서 단원고 희생자 고(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체칠리아) 씨가 교황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박 군의 누나 박보나 씨가 대신 낭독했다. 정혜숙 씨는 가족 모두가 존경하는 교황의 방한을 함께 기다리던 아들을 잃었지만, 여전히 왜 아이들을 잃어야 했는지 가족들은 알지 못한다면서, “이런 고통의 시간은 우리만으로 충분하다. 다시는 하느님이 사랑하는 소중한 생명이 탐욕의 제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한 달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는 세월호 참사와 가족들의 고통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 세상과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로 인한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한 달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가 발언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한편, 세월호 가족과 생존자들은 14일 교황이 입국하는 서울공항, 15일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16일 광화문 시복 미사, 17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등 네 차례에 걸쳐 교황과 함께할 예정이다.

서울공항에서는 환영 인사 30여 명 중 4명의 가족 대표가 참여할 예정이며, 15일 미사에는 35명이 미사에 참여한 후, 10명의 대표자가 교황과 직접 비공개 면담한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 대표와 단원고 생존 학생 그리고 현재 십자가 도보 순례 중인 가족 3명이 참여하고 이들이 순례 동안 지녔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17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참여한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광화문 시복 미사에 대해 현재 자리를 유지하고 미사에 참석하도록 배려해 준 천주교 측에 감사를 표하면서, 당일 행사나 미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12일 “(광화문광장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미사를 드릴 수 없다”고 교회 쪽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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