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 교황을 맞는 우리 마음이 이미 들떠 있지만 우리 땅을 밟는 교황도 무척 설렐 것이다. 그동안 교황이 아시아 땅을 가끔 다녀갔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본에서 선교사로 살고 싶어 하던 젊은 날의 베르골료. 그 마음은 착잡하고 또 흥분되리라. 40일 전 로마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나도 이럴 정도인데. 교황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 많듯이 교황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바랄 것이다.

교황이 한국교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교황이 교회에 바라는 것을 한국교회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교황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다. 교황은 한국교회가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이길 바라고 있다.

ⓒ김용길
한국교회는 가난하지 않다. 한국교회가 가난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교회재산이 얼마며, 걷는 돈이 그 얼마며, 돈으로 하는 일이 얼마인가. 주교도 신부도 돈 생각부터 한다. 이런 곳이 교회인지 기업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한국의 가톨릭 성직자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교회가 사는 방식이다. 가진 돈도 많고 걷는 돈도 많고 쓰는 돈도 많다. 우리가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렸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교회는 부자 편을 드는 교회다. 교회가 서 있는 곳이 부자 곁이니 그런 교회가 어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일까. 한국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라고 한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진단은 교회 사람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교회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 비친 교회 모습이 곧 교회의 정직한 모습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데 교회가 넉넉하게 산다면 교회는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이 없는데 교회에 먹을 것이 많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 사는 교회다. 교회가 굶어도 가난한 사람은 굶으면 안 된다. 성직자가 굶고 살아도 가난한 사람은 굶으면 안 된다.

교회가 반드시 증명해야 할 것이 적어도 세 가지 있다. 첫째,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는 모습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무신론을 이론적으로 반박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하느님 따라 사는 모습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둘째, 교회는 부자 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교회의 생각, 사는 방식, 처신하는 모습에서 교회는 부자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 교회는 돈으로 무엇을 하려고 출발한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 셋째, 교회는 가난한 사람의 편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교회 재산이 많으면 교회는 고용주 입장이 되고 부자들의 생각을 대변하게 된다.

교회가 죽어서 가난한 사람이 산다면, 교회는 얼른 죽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살려고 가난한 사람을 속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난한 사람을 속이는 교회는 자멸하는 교회다. 교회에 돈이 많아도 교회는 몰락한다. 아니 교회에 돈이 많기 때문에 교회가 몰락하는 것이다. 종교가 망하는 지름길은 종교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다. 종교는 돈이 없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돈이 많아서 무너진다.

신자수가 늘고 새 성당이 지어지면 교회가 잘 한다는 뜻일까. 자본주의 입장에서 회계사의 눈에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보면 다른 문제다. 가난한 교회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지도 않는 교회는 낙제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한국교회는 낙제생이다. 우리 스스로를 속이면 안 된다. 한국천주교회는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하나 더 나아가 보자. 한국교회가 아시아 선교에서 어떤 몫을 맡을 수 있을까. 유교, 불교 등 이웃 종교를 잘 알고 있는가. 이런 모습을 교황은 또한 살피고 싶을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돈은 많아도 생각이 모자라는 한국교회 아닌가. 돈 자랑만 하는 한국교회 아닌가. 한국교회가 교회재산 줄이기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돈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다. 예수가 언제 모금운동 한번 하던가.

한국천주교회는 가난한 교회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교황을 맞을 일이다.


 
 

김근수 (요셉)
연세대 철학과, 독일 마인츠대 가톨릭신학과 졸업. 로메로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의 UCA대학에서 혼 소브리노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성서신학의 연구성과와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마르코 복음 해설서 <슬픈 예수 : 세상의 고통을 없애는 저항의 길>이 있으며, 마태오 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 : 불의에 저항한 예수>가 최근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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