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진실한 신앙인의 교황 관찰기... 한상봉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간디는 자신의 자서전 제목을 <진리에 대한 실험의 기록>이라고 붙였다. 즉, 간디는 자기 인생의 목표를 '진실하게 살기'로 정한 것이다. 그래서 간디는 자기가 한 평생을 통해서 '진실하게 살기'라는 자신의 목표를 잘 이루었는지 자서전을 통해 점검을 해본 것이다.

진실하게 살기는 대단한 사회적 업적이나 학문적 업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순결을 지키고 싶어"가 간디의 진심이라면,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간디는 자서전을 통해서 자기가 성적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보여주었다.

▲ 한상봉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겉표지. ⓒ다섯수레
한상봉의 신간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에도 간디와 같은 자세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한상봉은 세상을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의 믿는 바를 진지하게 실천하고자 하는 신앙인이 있다면,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황 프란치스코의 '행동'을 통해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행동'은 '언어' 다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행동은 함께 나오는 것임을 작가는 교황 프란치스코을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 진실을 향한 '행동'은 그리스도인이든, 불교도이든, 이슬람교도이든 하등 문제되지 않음을 교황 프란치스코는 말했고 작가는 기록했다.

진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한상봉은 교황의 말인 "우리의 끝없는 슬픔은 끝없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말을 핵심전략으로 택한다. 작가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이 세상,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을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구세주)라고 부르는 예수의 눈으로 마주하려 한다. 우리가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세상의 일부라면 그것도 하느님의 피조물일 것이다.

작가는 그런 시각을 지니고 갑.작.스.럽.게 슬픔의 대륙 라틴아메리카에서 교황으로 다가온 프란치스코를 어떤 호칭보다도 "파파"라고 소리 내어 부르고 싶어 한다. 가수 전인권이 부른 <내가 찾는 아이>에서 노래한 것처럼 "미운사람 손을 잡고 사랑 노래 불러주는" 것이야말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한상봉의 이 책에, 바로 그런 노래를 행동으로 부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발소리가 들어있다.

교황에 대한 찬가 아닌 '행동'하는 파파 프란치스코에 대한 기록

세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는 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보는 것도 포함한다.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장 낮은 자세는 그 가슴에 세상의 아름다움에 앞서 세상의 아픔을 먼저 치유하려 하고자 한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는 작가 한상봉은 교황에 대한 찬가가 아니라 그와 같은 생각으로 거듭해서 '행동'으로 다가오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나 새벽어둠이 가기 전 갑자기 깨어난 아이처럼 어리둥절해 한다. 라틴어로 미사를 하고,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하는 교황 앞에서 놀랍게도 작가는 그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 체험을 한 듯하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런 일을 초대교회가 체험한 성령강림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의 저자 한상봉 ⓒ다섯수레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이들을 먼저 껴안는 '행동'을 보면서, 고위성직자들에 대한 벼락같은 충고를 하는 '행동'을 보면서, 바티칸은행의 개혁과 마피아에 대한 파문을 일필휘지로 하는 '행동'을 보면서 작가 한상봉은 신앙고백문 같은 책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그는 교황의 '행동' 안에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밀양 송전탑 피해마을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의 사라진 평화를 그의 마음 안에 부둥켜안고 작은 소리로 부르고 있다.

"PAPA FRANCESCO!"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 시대의 이야기가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다섯수레, 2014)에 있다.
 

 
 

김유철 (스테파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예총 부회장.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기사 제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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