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죽음 위해 오늘의 죽음 외면해서는 안 돼”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도시빈민회 등 평신도단체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교회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 나서줄 것과 시복식 미사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해줄 것을 요청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 평신도 단체들이 오는 16일 광화문 시복식 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교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4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명동대성당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가톨릭평화공동체,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예수살이공동체,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도시빈민회 등 7개 단체는 박근혜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오는 16일 광화문에서 봉헌되는 시복 미사 이전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교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만약 시복 미사 전까지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을 시복 미사에 초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6일 시복되는 순교 선조들은 “진리에 대한 믿음, 만민 평등사상에 기초한 형제자매적 사랑의 신앙 공동체를 죽음으로 증거했으며,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는 교회 공동체가 과거의 죽음을 기억하는 광화문 거리 미사에서 오늘의 죽음을 기억하자는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인 지요하 씨는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특별법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3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순간에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제정해 이 모든 일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학자 김근수 씨는 특별법 제정 전에 시복 미사가 봉헌될 경우 공권력과 시민사회 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면서, “유족들을 해산시키거나 농성장을 없애고자 하는 정부의 뜻을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수 씨는 미사는 백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는 것이며, 더욱이 시복 미사라면 과거의 순교자와 현재 고통 받는 이들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신학적으로도 시복 미사를 위해 유가족들을 몰아낼 이유는 없다. 시복 미사 안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을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보수단체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이석기 내란음모죄’ 관계자들을 위해 탄원서를 쓴 사실을 비난하고, 특별법 제정 촉구에 대해서는 “시체 장사 그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0여 분 간 시위를 벌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