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 대하여 - 47

<복음의 기쁨> 제4장 :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II.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1. 하느님과 함께 우리가 듣는 부르짖음(187~192항)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은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의 소명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돌보시는 구원의 역사와 연관돼 있다. 왜냐하면 구원의 역사의 시작부터(출애굽) 그리스도의 온 생애를 비추어 볼 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사명이 소수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졌으며 온 힘을 다해 응답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는 말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는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도록 일하라는 의미입니다.” (188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사회 교리의 원리 중 연대성의 원리,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를 중심으로 그 방법을 제시한다. 연대성의 원리를 어쩌다가 베푸는 자선 행위로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진정한 연대가 되기 위해서 소수가 재화를 독점하려는 구조를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몇몇 소수나 일부 계층이 중심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을 생각하는 공동체성이 더욱 확립되어야 한다.

참된 연대를 위한 공동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재산의 사회적 기능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사유재산에 앞선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의 자발적 행동이 요구된다. 따라서 연대는 “가난한 이들에게 속한 것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결정으로 실천”되어야 한다(189항). 재화에 대한 보편적 목적과 참된 연대에 대한 확신, 실천이 바탕이 돼야 구조적 변화의 길이 열리고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 세상의 평화는 어떻게 도래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교리가 전통적으로 가르쳐 온 것처럼 전쟁의 억제가 결코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없으며 오히려 가난한 이들의 인권 존중뿐만 아니라 “민족들의 권리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평화는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남보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너그러이 일정한 자기 권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190항).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연대는 굶주림의 제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모든 복지와 번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교육, 의료혜택, 그리고 무엇보다 고용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참여적이고 연대적인 노동을 통해 삶의 품위를 드러내고 드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한 임금은 노동자들이 보편적 목적을 지닌 다른 모든 재화에 적절히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박상병 신부
(루도비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전의본당 주임,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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