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30도를 넘게 오르는 땡볕 아래서 경찰과 대충돌이 있었다.
할매 한 분은 앰뷸런스로 후송되었고,
두 사람의 연대 시민이 연행되었다.
할매는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분을 삭이고 있었다.

“우리 땅 우리가 지키겠다고 하는데, 경찰이 왜 막노.
우리가 한전 넘들과 싸우겠다는데, 경찰이 와 우리를 방패로 막고 때리노 말이다.”

할매는 손으로 흐르는 땀을 훔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나는 조심스럽게 할매 곁으로 다가가 할매의 거친 손을 잡았다.
할매의 왼손에는 오래된 것 같은 금반지가 끼어 있었다.
나는 할매의 두 손을 어루만지며 여쭈어 보았다.

“할매, 반지가 참 이뿝니더.”

할매는 반지 이야기를 하자 경직된 모습을 풀고 환하게 웃으시며 반지를 낀 왼손을 들어 올리신다.

“이 반지, 우리 아들이 해줬지. 큰 아들이 공무원 시험 보고 합격했는기라. 그 기념으로 나에게 해줬어.”
“몇 년 됐습니꺼?”
“우리 아들이 결혼한 지가 25년이 됐을 거야. 그러니 한 30년은 됐을끼라. 처음엔 반지에 이쁜 꽃무늬도 있었는데, 오래돼서 다 닳고 없어졌어.”

정말 금반지에는 어떤 무늬도 없었다. 세월의 흔적이 반지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내가 목걸이와 모든 금붙이를 부산에 가서 다 팔아치웠어. 혼자 있으니 무섭기도 하고. 근데 이 반지는 안 팔았어. 이 반지만은 죽을 때까지 끼고 있을 거야.”

할매는 반지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에 맺힌 상처와 한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할매는 지난 28일 오후,
다른 할매들과 함께 레미콘 차량 진입을 막다가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할매는 청도 삼평리에서 ‘부산댁’으로 부르는 이차연 할머니(77세)시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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