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남녀 수도회와 서울 정평위, ‘세월호 참사 100일 미사’ 봉헌해

▲ 24일 오후 7시,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세월호 침몰참사 100일, 위로와 기억의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세월호 침몰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인 2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세월호 침몰참사 100일, 위로와 기억의 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주최로 마련된 이날 미사는 40여 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했고 수녀들과 신자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강당 안을 가득 메웠다.

강론을 맡은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정동성당 주임)는 “오늘날의 진정한 위로는 기억하기, 울어주기, 분노하기, 행동하기고 이것들을 멈추지 않을 때 그 기억은 살아있는 기억이 될 것”이라며 강론의 문을 열었다.

박 신부는 “슬프고 부끄럽게도 우리가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세월호 침몰이 가르쳐 줬으며, 국가와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해 세월호가 그 몫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 24일 오후 7시,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세월호 침몰참사 100일, 위로와 기억의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그리스도인다움의 기준은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에 투신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있는 이들과 동행하는 것”이라는 말한 박 신부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했고, 동행했던 숭고한 영혼을 가진,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들은 바로 밀양의 어르신들과 제주도 강정마을 사람들, 동료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 마음이 찢겨진 노동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찾던 이들을 마음에 묻은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들이다. 이어 박 신부는 물었다.

“하느님 백성의 아픔을 돌보라고 파견된 교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아프고 고통 받는 영혼을 찾아 나섰습니까? 그 때문에 신발에 흙을 묻혔습니까? 그 때문에 몸에 상처를 입었습니까? 그 때문에 돌팔매질을 당했습니까?”

“신앙인은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전한 박 신부는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을 인용하며 강론을 마쳤다.

“때때로 정통교리의 수호자들이 견딜 수 없는 불의의 한 상황과 그것을 지속시키는 정권에 대해 수동적이라는 혹은 무저항적이라는 혹은 관대하다는 혹은 공범이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우리는 빛으로 가득한 생명과 지혜의 오솔길을 따라 충실히 걷는 일이 무엇인지에 지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복음의 기쁨> 194항)

미사 끝에는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낸 성명서가 발표됐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세월호 유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마치 물질적 보상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유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특별법 내용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 어떤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국가가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외면한다면 “수도자들은 이 의로운 저항에 함께할 것”이고 말했다.

미사가 끝나고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외침과 함께 길게 줄을 지어 서울광장으로 향해 추모문화제에 합류했다.

▲ 미사를 마친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배선영 기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성명서 전문

“선을 기다렸는데 악이 닥쳐오고
빛을 바랐는데 어둠이 닥쳐오는구나.” (욥기 30,26)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세월호 유족들과 아직도 배 안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인간의 도리와 예의가 있습니다. 그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를 기대하는 그 자체가 고통이 되어버린 것이 지금 우리의 잔인한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더욱 잔인한 건 세월호 유족들의 정당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오히려 온갖 멸시와 조롱으로 일관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본질과 진실을 호도하고 마치 유족들이 물질적 보상만 요구하는 몰염치한 이들로 매도한 사실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특별법 내용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 어떠한 내용도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한 가치를 전혀 모르는 이 불의하고 고집불통인 정부와 여당은 오로지 적선을 하는 듯한 시혜적인 태도로 치유는커녕 그저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을 유족들은 올바른 진상규명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희망하며 인내하고 선한 마음으로 기다린 시간은 어느덧 100일을 맞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기다림을 오히려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더 깊이 빠뜨렸습니다.

이렇듯 유족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마땅히 그 아픔을 치유해줄 의무가 있는 정부는 근원적인 자기반성과 그 어떠한 성찰도 없이 엉뚱하고도 궁색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정부는 오만과 독선으로 세월호 유족들의 견디기 힘든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유족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는 참사가 없는 세상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유족들이 제안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조건 없는 제정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특별법과 관련하여 여야 모든 정치권에게 촉구를 합니다. 특별법 제정에 있어 그 어떠한 당리당략은 있을 수 없으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당의 이해득실이 아닌 오로지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특별법 제정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여야 모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진실에 기초한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 유족들이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만일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특별법 제정을 주저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이 의로운 저항에 우리 수도자들 또한 함께할 것입니다.

모쪼록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화로운 안식과 아직도 가족의 품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10명의 실종자가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비탄과 슬픔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의 모든 가족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2014년 7월 23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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