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제 · 수도자 연인 26명의 편지, “성직자 결혼 허용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자 기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성직자의 결혼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황은 “성직자의 독신은 예수께서 돌아가시고 900년이 지난 후에 제도화한 것”이며 “독신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법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 보도가 교황의 말과 다르다고 지적하며 “정상적인 인터뷰가 아니며 순진한 독자를 그릇된 길로 이끌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자 기사에서 교황이 가톨릭 성직자의 결혼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 출처 / 라 레푸블리카 인터넷판 갈무리)

성직자 독신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랍비 아브라함 스코르카와 대담한 내용을 담은 책 <천국과 지상>에서 엿볼 수 있다.

“만약 저에게 어떤 사제가 와서 한 여인을 임신시켰다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그 사제의 입장을 고려할 것입니다. 먼저 그 사제에게 평화를 기원해주고, 사제로서의 권리보다 앞선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차근차근 설명할 것입니다. …… 그 아이에게는 어머니를 가질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버지라는 존재 역시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그 사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당시 교황은 성직자 독신제를 두고 “10세기를 거쳐 온 이 제도는 실패한 경험보다 유익한 경험을 더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생활은 거짓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독신을 유지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17일 <바티칸인사이더>는 사제 또는 수도자들과 사귀는 있는 여성 26명이 교황에게 사제의 결혼을 허용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6명의 이탈리아 여성은 “침묵과 무관심의 벽을 무너트리고 싶고 사랑하는 사제와 사랑하며 살고 싶다”며 서명한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이 서명은 소수에 불과하며 침묵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의 대표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여러 번 헤어질 결심을 했으나 굳건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잘라낼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의 동반자들의 사제성소가 온전히 유지되길 원하며, 아내와 자녀에게 지지받은 사제는 열정적으로 사제성소를 수행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사연과 체험을 전했다.

교황이 된 베르골료가 5월에 받은 여성들의 편지에 어떻게 답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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