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지도자들의 ‘구체적 행동과 도움’ 촉구하는 SNS 여론 비등

“주님, 이럴 땐 둘이나 되는 추기경님들이 나서서 세월호 유족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큰 힘을 실어 주게 해 주세요.” (@dlter***)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의 단식농성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도보행진을 나선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보며 한 트위터리안이 쓴 글이다.

세월호 유족이 단식까지 결행한 배경에는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대책 수립이 가능한 체계를 갖춘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에 여야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가 결렬됐다. 또 지난 15일에는 ‘단원고 특례입학 법안’만이 통과됐지만, 가족 대책위원회는 진상 규명 없는 혜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 14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조지혜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천주교는 여러 방법으로 희생자 가족들을 지원해왔다. 광주대교구와 수원교구를 비롯해 전국 교구에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미사를 봉헌했으며, 본당별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5월 30일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이심전심 아니겠느냐’며 자신을 포함한 “이 나라에 사는 모두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염 추기경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등 사태 해결에 가톨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또 염 추기경은 7월 7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천주교 광주대교구 연령회원들의 활동을 언급하면서 “어려운 일도 함께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14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제안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가칭)’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문제가 법안 제정 등 제도와 정치의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교회가 보다 공식적인 목소리로 힘을 실어주기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장과 국회 앞 거리 미사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은 천주교 지도자들의 지지 방문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14일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가족 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안산 단원고 김빛나라 양 아버지)은 “신부님, 수녀님들의 지지 방문이 힘이 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1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거리 미사에 참석한 정혜숙 씨(안산 단원고 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는 천주교를 향해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물으며 구체적인 행동과 도움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49항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습관들 안에 갇혀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움직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호소와 요청에 한국 천주교회가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짚어 주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교회의 태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SNS에서 다양하게 드러난다. 14일 교황청이 교황 방한과 관련해 “한국, 교황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트위터리안 @mary******는 “교황이 대한민국과 천주교 추기경들에게 경고 보냈군요. 포괄적(세월호 밀양 강정 등의 어려운 자들 전교조와 일반노조핍박 평화시위자 핍박) 메세지를 보낸 교황. …… 두 추기경과 박근혜 허례의식으로 이슈화하려 하지 말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sang*******은 “추기경이 교황 방문에 호스트 역할만 전념”한다며 “그분들은 세월호의 아픔을, 밀양의 아픔을 몸에 바르지 않으셨다”고 비판했다. 또 페이스북 사용자 김*환 씨는 “교황님께서 한국의 여러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 특히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교계 지도자들을 따끔히 꾸짖으시길 바란다. 교회의 목소리가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도록”이라고 바람을 적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 49항에서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렵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교황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교황청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와 정의를 강조해온 교황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것 외에도 밀양 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마을 문제 등 교회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한 문제가 많다. 이 문제들 앞에서 ‘교황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달라’는 교황청의 요청에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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