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구 사제 전체 모임’ 등 성지조성사업 논의 이어져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목포 가톨릭 성지 조성 사업’(성미카엘 대성당 건립 공사) 추진이 더뎌지고 있다. 광주대교구와 사업 협약을 체결한 목포시의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올해 5월에 성미카엘 대성당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공사 시작이 두 차례 미뤄져 오는 8월로 예정된 상황이다.

성지 개발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기부를 철회한 후, 광주대교구가 수정한 개발계획에 대해 교구 내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데 있다.

허재호 전 회장 기부 철회 후 광주대교구의 성지개발계획은?
‘성지 면적 축소, 건축비 절감,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 국비 지원 신축 등’

▲ 성미카엘 대성당 조감도 (출처 / 목포시 홈페이지)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성지는 1500석 규모의 대성전(성미카엘 대성당)과 사제관, 교육관, 수녀원, 가톨릭역사박물관 등 각종 부대시설이 1만여 평 규모로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지 시설이었다.

성지 조성 사업은 2003년 광주대교구가 학교법인 골롬반학원으로부터 증여받은 목포 가톨릭병원 부지를 바탕으로 허재호 전 회장이 2005년 대성전 건립을 위해 3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광주대교구와 원도심 개발이 필요한 목포시의 입장 그리고 허재호 전 회장의 기부가 맞아떨어진 사업이었다.

2006년 허 전 회장과 증여 계약을 체결한 후, 2008년 6월 ‘성 미카엘 기념 대성당’ 부지 축복식을 진행한 광주대교구는 광주구천주교회유지재단(당시 대표이사 최창무 대주교) 이름으로 2009년 11월 ‘(구)가톨릭병원 부지 가톨릭 성지 조성사업 시행 협약’을 목포시와 체결했다.

하지만 2010년 허재호 전 회장은 대주그룹 자금 위기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철회했고 교구는 이미 증여받은 150억 원 중 이미 집행한 설계비를 제외한 128억 원을 허 전 회장에게 돌려줬다. 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증여가 철회됨에 따라 대성당 건립은 2010년 기공식 이후 설계 변경을 이유로 중단됐다.

그러나 광주대교구는 2012년 성지 개발 계획을 변경해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 10월 9일 목포 가톨릭 성지조성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옥현진 주교, 이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취재 결과, 추진위원회가 밝힌 새로운 성지 개발 계획은 성지 면적 축소와 건축비 절감안,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 국비 지원 신축, 봉안당 건립 등 새로운 성지 조성 계획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 신축, 봉안당 건립, 구 교구청 등록 문화재 복원 및 보수, 사제관 신축, 성직자와 수도자 부모들을 위한 요양병원 설립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건축 면적은 약 9,000평에서 409평이 감소, 예상 공사비는 591억 원에서 약 140억 원이 줄었다.

이와 함께 광주대교구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성지 면적을 축소하고 연차적인 진행으로 공사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비 지원과 사후 수익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허재호 전 회장의 증여금 중 남은 4억 2천여 만원, 봉안당 선 분양금(1기당 250~400만 원), 봉안당을 담보로 한 투자 유치, 신자들의 기부금 등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광주대교구 사제단 내 의견 차이 불거져
‘목포시와 협약한 사업 파기 못해’ vs ‘사업 진행 일방적, 내용도 교회답지 않아’

2014년 6월에 작성된 목포시 문건 ‘산정동 가톨릭성지 조성사업―레지오마리애 나눔봉사 기념관 건립 보조사업’에 따르면 2014년 3월 목포시와 광주대교구는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협의를 추진했으며, 7월에는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행정 절차 이행과 토목공사를 재개하고 국비 보조 125억 원이 확보된 나눔봉사기념관 건축 공사부터 착수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교구 내부에서는 의견 차이가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목포시와 협약을 맺은 사업을 파기할 수는 없으며, 교구가 할 수 있는 한 해결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사업 진행 과정의 일방성과 성지 조성 내용이 교회답지 않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대교구의 한 사제는 성지 조성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제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제단과 교구민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 재정과 이후 유지 관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한 결정이라는 의견 등을 교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제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목포 성지조성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 사제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현재 사업 진행은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광주대교구의 또 다른 사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일 열린 ‘교구 사제 전체 임시 모임’에서 성지조성사업 문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했으며, 김희중 대주교가 이런 의견을 받아들인 만큼 이후 논의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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