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 대부' 제정구 10주기 추모식 열려

'빈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제정구 선생의 10주기 추모식이 지난 2월 9일 오후 6시 서강대학교 곤자가컨벤션에서 열렸다. 제정구기념사업회와 예수회 한국관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추모식은, 예수회 한국관구장 신원식 신부의 주례로 예수회 회원들과 더불어 추모미사로 시작하였다. 이어 제정구 선생과 평생동지로 빈민운동을 한 정일우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정일우 이야기>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미사에 앞서 신원식 신부는 “제정구 선생은 하느님이 당신을 창조한 목적을 분명히 아신 분”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 하느님 품으로 가신 분”이라고 말한 뒤에, 현재 중풍으로 병고를 치르고 있는 정일우 신부 역시 제정구 선생처럼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2005년 중풍으로 쓰러져 현재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서는 강론 대신 짧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였다. 이 영화를 통해 정일우 신부는 제정구 씨와 만나면서 빈민운동에 바친 한평생을 회상하였다. “스물다섯 살에 한국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너무 마음에 들고 정이 생겼다”고 하면서, “특히 운동권 학생들과 만나서 한국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어, 그 사람들 때문에 한국이 내 나라가 되었다.” 그 인연으로 귀화하여 한국인이 된 정일우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이 갈 곳이 없고 몸 담고 살 땅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청계천에 들어갔는데 바로 그곳에서 제정구 씨를 만나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미사가 끝나고 정일우 신부가 인사하러 온 반가운 벗들을 맞아 환담을 나누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마음만큼 얼굴은 환했다.   

그 뒤 서울 목동과 상계동에서 철거민들 편에서 싸워야 했는데 이는 당시 '교회와 정부의 싸움'이 되었다고 회상하는 정 신부는, 자신의 사명을 “공동체가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판자촌에 살든 철거투쟁을 하든 언제나 공동체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철거민 집단이주 마을을 꾸렸고,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1977년에 경기도 신천리에 세운 '복음자리' 마을이다. 그 뒤 농부가 되기를 원하던 정 신부는 한때 충북 괴산에서 예수회 누룩공동체를 만들어 농사를 짓기도 하였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김학준 기념사업회장 등 제정구 씨와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추모의 정을 덧붙였다. 춘천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개월 만에 공식적 자리에 나와서 용산사태를 언급하며 “제정구 선생 같은 분이 살아 계셨다면 문제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재개발 과정에서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 서민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처럼 걷어치우려고 하는 것, 이것이 가슴 아프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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