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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대의 길 나서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인터뷰]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장경민 · 정수용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장경민 신부)가 국내 노동사목을 위해 새롭게 시작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지난 10여 년간 노동사목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이주민사목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름과 역할이 맞지 않아 벌어지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아 이를 극복하고자 지난 2월 직제개편을 통해 이주사목위원회와 노동사목위원회가 분리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이 분리되기 전까지 한국 교회에서 노동사목을 하고 있는 곳은 인천교구와 부산교구뿐이었다. 노동사목이 대부분 이주민 노동자 사목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맏형’의 자리인 서울대교구가 노동사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장경민 신부와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지난 노동사목의 역사를 돌아보고, 다른 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등과 만나고 연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할 일이 많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3일 파업 중이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에서 공식적인 첫 연대 활동에 나섰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참여했던 미사 후에 노사간 협의가 이뤄졌잖아요. 주변에서 서울대교구가 나서니 바로 해결되지 않느냐, 그동안 어디 있었냐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때문에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만 그만큼 서울대교구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고 반가워하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정수용 신부)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장경민 신부(오른쪽)과 정수용 신부 ⓒ정현진 기자

지난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로 첫 연대 활동
“그동안 연대성 정신 실천 부족해…교회 안팎 노동 단체와의 연대 방법 모색할 것”

장경민 신부와 정수용 신부는 “아직은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노동사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사회 문제,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막상 노동사목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섣불리 활동부터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수용 신부는 그동안 노동사목위원회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이른바 국내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드러난 일이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아무것도 안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위원들과 지속적으로 국내 노동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자료를 내기고 했다. 앞으로 그 자료와 논의들을 어떻게 실천하고 연대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사목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두 신부는 그 동안의 활동에 비춰보더라도 무엇보다 부족했던 것은 “연대”라고 답했다.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은 뚜렷하게 말할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사회사목 기관으로서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데 가장 부족했던 것은 연대성의 정신이 아니었나 싶다. 기존의 활동을 꾸준히 이으면서 타 교구, 교구 내 사회사목 단체, 교회 안팎의 노동 단체와의 연대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노동청년회 등 사도직 단체 활성화해야
교회 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과제 중 하나

두 사제는 준비 단계에서 분명히 정해진 것이 있다면 노동사목 내 사도직 단체와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대교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노동사목 내 사도직 단체들의 역사가 살아있다는 것이라면서, “이전에는 가톨릭노동장년회, 가톨릭노동청년회, 어린이사도직 등이 신앙공동체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이 단체들이 노동사목의 중심, 선교와 노동사목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도직 단체들의 고유한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역할을 새롭게 해석하고 구성원들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가톨릭노동청년회 국제본부에서 4년간 활동한 박효정 씨가 노동사목위원회에 합류했다.

노동사목위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한국 사회 전반적인 노동 문제, 신자들의 노동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회 내 노동 문제다. 이에 대해서 정수용 신부는 교회 내 작업장의 노동 문제는 특성상 이중고를 겪게 된다면서, 보다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조심스럽지만 소극적일 수만은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노동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경민 신부는 “교회 내부의 노동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 조사를 시도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교회 내 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시도를 다시 한 번 해 볼 것이다. 더 진일보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초임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서 사회사목국 위원회 신부님들과 전문위원들도 만나면서 현실과 방향성에 대해 짚고 있어요. 그러던 중 한 선배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큰 위안이 됐습니다. 그분은 ‘노동사목은 큰 사건 하나 해결하고 사라질 곳이 아니다. 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보다는 조금씩 무언가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올해 하반기에도 무엇에 나설 수 없을 것 같지만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정리하면서 조급하지 않으려고 해요.” (정수용 신부)

   
▲ 지난 6월 23일 봉헌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도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간접고용,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에 힘 보탤 것”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노동’이다. 노동시간, 임금, 고용 형태, 정리해고……. 노동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창궐하는 노동 문제 중에서 두 사제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장경민 신부는 앞으로 노동사목위원회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간접고용’이라고 답했다. 정수용 신부는 ‘손배가압류’의 심각성을 특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해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손배가압류가 더 이상 추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노동사목위원회가 해야 할 몫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실상 모든 노동 문제를 간과할 수 없으며, 노동 문제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현장성 또한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사제들만의 몫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도직 활성화다. 가톨릭노동청년회나 가톨릭노동장년회의 존재가 이미 교회에서 잊히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그 정신과 방법론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경민 신부는 꿈이 있다고 했다.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 방법론 중 하나인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가톨릭노동청년회의 활동은 지역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한다”면서 “사회 문제를 끄집어 내 일반 시민들을 만나 공론화하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산후조리 중에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지난 4일 열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연수에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박신안 사무국장은 이렇게 인사했다고 한다. 산후조리는 산고를 치르면서 조금씩 밀려났던 뼈들을 제자리로 회복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본래의 이름에서 조금 비껴 나고 물러서 있던 시간 이주사목위원회라는 아이를 낳았다면, 이제 다시 노동사목위원회를 위해 몸을 추슬러야 할 때다. 정수용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둘째를 잘 낳아야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의 느리지만 확실한 한 걸음이다.

<바로잡습니다>

“이주노동사목” 등으로 보도된 서울대교구 위원회 명칭을 “이주사목위원회”로 바로잡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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