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실험교회와 더불어교회, 용산참사현장에서 주일 예배 가져

주님께 거저 받은 것을 거저 드린다는 의미로 지은 '드림'교회 예배가 용산 참사 현장에서 이루어졌다.(사진/한상봉)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주에서 올라온 이현주 목사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일 오후 2시, 용산참사 현장에서 '드림실험교회’와 ‘드림실험더불어교회’가 20여명의 동반자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렸다. 그리스도교란 본디 '말씀의 종교'라 하지만, 예배 내내 침묵이 흘렀다. 예배를 이끌었던 이현주 목사는 참사 현장에서 속에서 차오르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듯 땅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며 묵묵부답이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 전해준 참사 당시의 상황을 세세히 듣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박래군씨는 “진압에 들어가면서 1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안전장치를 좀 더 보강하는 조치만 취했어도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의 성급한 진압을 비판했다.

이날의 예배는 아무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 속에서 불길에 휩싸여 처절하게 죽어간 고인들을 위해 묵상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곧이어 이현주 목사를 비롯해 여러 신자들의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이 목사는 마이크를 손에 들었으나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이크는 예배 도중 쓰임새가 없었다. 이 목사는 이윽고 양말을 벗은 맨발로 사방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고, 김민해 목사와 더불어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낱낱이 절을 하였다. 

이현주 목사가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명복을 비는 큰절을 사방에 하고 있다.(사진/한상봉)

우리가 지키지 못한 생명들, 우리 가슴에 모두어 두어야 할 생명들에게 말을 전하듯 "미안하다" 읖조리며 참석자들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돌아가며 깊은 포옹을 나누었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속죄하는 것이다. 

그렇게 예배는 끝이 났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이현주 목사에게 "한 말씀 하셔야죠"하고 묻자, 이 목사는 말했다. “오늘은 말이 잘 안 나오네. 왜 그런지…….” 

예배 중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이 목사에게 심정을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것 뿐이었다. 시종일관 고인과 유가족들의 슬픔에 대한 공감과 참회의 마음으로 조용히 끝마쳤던 예배였다. 

예배 참석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데에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아픈 포옹을 나누고 있다.(사진/한상봉)

예배를 마치고 몇몇 참석자들과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여기>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순진(미카엘라) 씨는 “정부만의 잘못이 아니다. 도덕성에 흠이 있는 걸 알면서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이 우리 아닌가?”라며 우리 모두가 "저도 그들을 죽였습니다"하고 참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커피숍에 모인 드림예배 참석자들은 대부분 천주교 신자들이었다. 지금은 성당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성당가서 강론 들으면 화가 치밀어 죄짓는 느낌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안명옥(데레사)씨는 “왜 우리나라에는 로메로와 같은 주교가 없는가?” 물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용산참사 현장에 주교님 중에서 한 분이라도 와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명옥씨는 "남들 눈치보지 말고 로메로 대주교처럼 혼자서 깊이 생각하고 결단해서 행동하는 주교가 나와야 한다"고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 2월 4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용산 철거민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그러나 그런 회의나 보도자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희생자들을 먼저 찾아가서 만나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성명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고, 행동하기 전에 그들의 아픔을 직접 나누어 갖는 것이다. "주교님들이 직접 와서 현장을 보고 유가족을 위로해 달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고동주/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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