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라! 200주년 사목회의 - 7]

<특수사목 : 청소년(학생) 사목> 의안의 제안사항과 의의

1984년 한국 가톨릭교회 설립 200주년을 맞이하여, 성직자 · 수도자 ·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사목회의가 최초로 개최되었다. 교회 전반의 안건들에 대해 1981년부터 각계각층의 교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여 총체적인 논의를 가졌던 이 사목회의에서는 교리교육 부분의 하위 항목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앙교육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가정사목 논제에서도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특수사목 분야에서는 청소년(학생) 사목을 따로 명시하였으며, 한국 교회 문헌으로는 최초로 ‘청소년 사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청소년(학생) 사목 의안에서는 당시 가톨릭학생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대학생과 청년층에 대해 더 중점을 두어 다룬 것으로 보이나,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언급이 드러나므로 전반적으로는 청소년과 학생층 전체를 아우르는 논의라고 볼 수 있다(청소년 사목 의안 36쪽, 각주 2).

또한 본 의안은 교황 바오로 6세의 <현대의 복음선교>와 <평신도 사도직 교령>에 근거하여 복음을 전하고 실천해야 하는 평신도의 사명이 청소년과 학생에게도 부여됨을 역설하고 있다. 청소년 스스로 “청소년들을 위한 제일선의 사도”(청소년 사목 의안 21쪽)이며, 이들이 지닌 열정과 창의성 · 정의감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쇄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한국 역사 안에서도 3·1 운동, 광주 학생 운동, 4·19 학생 의거 등을 통해 청소년의 사도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청소년 사목 의안 22~23쪽).

이들에게 일반 교리교육과 더불어 사회교리에 대한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가톨릭 청소년과 학생들이 복음선교를 생활화하면서 사회의 공동선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이 먼저 자기 성화를 이루고, 자기 주변과 동료들에게 주체적으로 복음선교를 하며, 나아가 사회를 복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청소년 사목 의안 23~29쪽). 이를 실현하려는 방안으로는 학생사목 지도신부 확충, 중 · 고등학생에 대한 사회교리 강화와 다양하고 장기적인 프로그램 마련,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활성화, 본당 내 청년단체 활성화, 청년 문화 활동 지원 등이 제안되었다(청소년 사목 의안 87~88쪽).

<특수사목 : 청소년(학생) 사목> 의안, 그 이후

200주년 사목회의 이후에 열린 각 교구의 시노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년을 주요한 사목의 대상으로 고려하고 청소년 사목을 핵심의안으로 다루어왔다. 또한, 각 교구는 청소년 사목을 위해 적지 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며 인적 · 물적 지원도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청소년 사목의 전체의 모습을 살펴볼 때 오히려 교회 내 청소년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가속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반복되는 문제 현상만을 지적하며 단기적인 미봉책만을 마련할 뿐, 하나의 통합된 비전을 바탕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청소년에 대한 교회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들을 부수적인 존재,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오늘날 사회와 교회의 현실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통해 보편교회의 청소년 사목은 청소년을 복음화의 주역으로 초대하고 양성하는 비전으로 통합, 확산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의 <현대의 복음 선교>에 근거하여 발표한 200주년 사목회의에서도 이미 청소년을 부수적인 존재가 아닌 복음화의 주체로 바라보고 있다. 본 의안이 30년 전에 발표된 의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고루하고 낡은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주는 이유는 바로 시대를 뛰어넘는 교회의 일관된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청소년 사목을 위한 제안

200주년 사목회의 이후 한국 교회는 풍부한 인적, 물적 기반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왔다. 어느덧 우리 교회가 교구나 본당 차원의 대회를 넘어서 주교회의가 주최하는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 그리고 더 나아가 아시아청년대회(Asian Youth Day)를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주교단에서 2019년 세계청(소)년대회(World Youth Day)를 개최하기로 한 점은 한국 교회가 청년들에게 주목하고 있으며 그들의 사도적인 열망을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가 단순히 하나의 행사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중심으로 그 전후를 바라보며 사목회의 의안이 바라보고 있는 교회의 정신과 같이 청소년들을 복음화의 주체로 양성하는 데 교회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 교회 청소년 사목의 명확한 정의 및 비전을 확립해야 한다(필자는 한국 교회 청소년 사목 지침서 발간의 기초 자료로써 <한국 천주교 청소년사목의 󰡐기본틀󰡑을 위한 사목신학적 제안>을 발표하였다. 참조 : 졸문, <한국 천주교 청소년사목의 󰡐기본틀󰡑을 위한 사목신학적 제안>, 박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대학원. 2009).

200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살펴보면, 다양한 사목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청소년 사목이 계속 정체되고 있는 핵심 이유 중 하나로 청소년 사목의 공유된 개념과 비전 부재를 지적해왔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하면서 ‘한국 교회 청소년 사목 지침(안)’ 마련에 착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주교회의 차원의 청소년 사목 지침을 통해 한국 교회 내에 청소년 사목의 정의와 목표가 확립되어 공유되기를 기대한다. 청소년 사목 지침서는 각 교구 간,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청소년 사목의 영역 간의 경계를 없애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다양한 자원들이 활용되게 함으로써 한국교회 청소년 사목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산하에 청소년사목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전 교구 단위의 청소년사목 전담기구는 전국적 차원에서 청소년 사목 양성전략을 관리하고 본당/지구/교구 간 사목적 소통의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 차원에서 각 교구를 지원하여 교구가 산하 본당에 교육 및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청소년 사목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가정 친화적인 교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현재 각 본당의 사목은 세대별로 각각 분리된 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본당 공동체의 분리된 사목 구조는 주로 성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유아 · 어린이 · 청소년 · 청년 · 노인 세대에 대한 소외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성인만 중심에 남아 있는 공동체에서는 젊고 새로운 에너지도, 체험과 전통의 지혜도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세대별 사목(multi-generation)’이 아닌 ‘세대 상호간 사목(inter-generation)’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회는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이자 청소년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정 공동체가 본당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공동체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가정 친화적(family-friendly)’인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청소년들을 사목하는 데 있어 청소년과 가정을 따로 떼어볼 수 없다. 따라서 교회는 통합적인 시선으로 본당 사목을 바라보고 세대 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가운데, 청소년과 그의 가정을 함께 돌보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교회는 계속해서 사랑과 신뢰로 청소년에게 희망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더 많은 청소년이 자신을 옹호하는 교회로부터 힘을 얻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의 가치를 유산으로 삼아, 자신들 사이에서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도직을 수행하는 훌륭한 사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조재연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이며, 현재 햇살 청소년사목 센터 소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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